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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2 17:35 수정 : 2005.11.03 14:44

‘크리스찬 디올 100주년 기념 전시회’에서 선보인 크리스찬 디올의 옛 작품 사진.

서은영의트렌드와놀기

가브리엘 샤넬이 그랬던가. 옷장 속에 있는 오래된 옷들은 낡은 옷이 아니라 모두 보석이라고. 세월이 흐른 옷이라고, 유행이 지난 옷이라고 함부로 버린다는 것은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범죄’와도 같은 일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크리스찬 디올 100주년 기념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디디에’라는 한 빈티지(Vintage, 세월이 지나 상품 가치가 올라간 구제품을 파는 상점) 상점 주인의 주최로 열리는 전시회다. 팔레 로얄 공원 주변에 있는 모든 상점들이 크리스찬 디올과 관련된 제품이나 그 시대에 얽힌 물건들을 쇼 윈도우에 디올의 사진과 함께 장식해 참여하고 있다.

타원형 공원 안에 낡은 대리석 기둥과 골동품 사이로 1900년대 초 물건들부터 최근 존 갈리아노(크리스찬 디올의 현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작품까지 멋지게 진열됐다. 가구점이나 골동품 점에서도 자기들의 제품과 어울리는 디올의 액세서리와 사진, 설명서를 함께 내놓았다.

그 전시회는 커다란 박물관도, 화려한 궁전에서 열린 것은 아니었지만 디올에 대한 존경심이나 애정은 듬뿍 담겨 있었다. 그들은 낡았다고 모두 버리지 않았다. 세월이 지난 것은 깨끗하지는 않지만 한 시대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디자인은 결코 새로운 창조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대부분 낡은 것으로부터 끌어낸 새로운 조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언제나 유행은 돌고 돈다. 필자에겐 옛 옷을 손질해 멋지게 소화해내는 이모가 있다. 이모는 특별히 의상을 전공하지도 않았는데 기가 막히게 고쳐 입는다. “새로 샀어요?”라고 물으면 의기양양하게 “예전에 산 것”이라고 대답한다. 8년 전에 산 옷도 어깨에 있는 패드(솜으로 만들어진 어깨 모양의 심지)를 떼어내고, 소매는 칠부로 줄인 뒤 전체 길이도 짧게 만들면 최근에 유행하는 재킷이 된다고 설명해준다.

새 것도 좋지만 세월이 겹겹이 쌓여 만든 아름다움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보존’의 중요성을 아직 모르는 듯하다. 낡은 것은 버리고 새 것만 만들다보면 그 깊은 아름다움은 절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회를 보고, 세월이 지난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소중히 간직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이들이 부러웠다.

서은영/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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