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1.02 17:40 수정 : 2005.11.03 17:56

김성실씨 작품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린 ‘예술담배’

길이 84mm, 지름 8mm 하얀 담배 한 개피가 이들에겐 도화지다. 일러스트레이터 김성실(31)씨와 신혜원(24)씨는 이 작은 생활 소품을 작품으로 만드는 사람들이다. 최근 디시인사이드 등 인터넷 사이트에 ‘예술 담배’가 소개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생물학을 전공하고 연구소에서 일하던 김성실씨는 5~6년 전 담배와 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프리랜서로 일러스트레이션을 하고 싶었어요. 저를 홍보할 방법을 생각해 봤죠. 강렬한 이미지가 있는 담배가 제 그림 성격과도 맞는 것 같았어요. 또 당시엔 여성들이 담배를 몰래 피워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자기 판단이 아니라 남들의 시선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게 싫었죠. 그래서 담배이되 그 이상 의미를 갖는 걸 만들려고 했어요.”

신혜원씨 작품
김씨는 24가지 캐릭터를 담배에 담았다. 이국적이고 섬세한 이미지들이다. 자신의 그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연락처도 넣었다. 이 이미지들은 그가 담배를 만 종이를 펼쳐 확대한 뒤 필터와 윗 부분을 나눠 세밀하게 디자인한 것들이다. 이어 이를 축소한 뒤 스티커에 프린트해 담배에 하나씩 말아 붙였다. 여기엔 ‘피우지는 말라’는 경고문구도 써넣었다. “실제로 피우는 담배가 되길 바랐는데 담배인삼공사에서 허락하지 않았어요. 식용 색소로 색칠한 게 아니라 혹시라도 몸에 해로울 수 있다고요.”

처음엔 무작정 대학교 앞에서 팔았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 현재 서울 이화여대 앞 ‘와치필드’와 홍대 앞 ‘에프터눈’에서 팔고 있다. “‘담배에 그림이 그려진다면’이라는 상상이 이뤄진 것만으로 만족해요. 더 이상 담배엔 관심이 없어요. 수요가 있으니까 계속 하는 것 뿐이죠.” 그는 공연 포스터, 시디 등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길쭉길쭉한 김씨의 그림과 달리 신혜원씨의 그림은 단순하고 동글동글하다. 양파와 비슷한 머리모양을 한 남자애 ‘오니’ 등이 그가 만든 캐릭터다. 그는 담배 한 개피마다 그림을 그려 넣는다. “하나당 5~1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또 손님이 원하는 문구도 새겨 넣는다. “보통 ‘금연’ 등이 많죠. ‘바람 피우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같은 것들도 있고요.” 그가 나름대로 집어넣은 건 ‘인생 뭐 있어’ ‘끊어 끊어’ 등이다.

“조그만 데다 낙서하는 걸 좋아했어요. 3~4년 전에 그냥 재미로 담배에 그림을 그렸어요. 친구들 생일 때 카드 대신 줬더니 좋아하더라고요. 그게 또 신기하게 팔리는 거예요.” 지금은 서울 홍대 앞 놀이터에서 매주 열리는 ‘희망시장’과 ‘프리마켓’ 등에서 ‘예술 담배’를 팔며 동화책 일러스트레이션도 하고 있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자식 같아요. 제 디자인이 들어간 상품이 많이 나오는 게 꿈이죠.” 김씨와 신씨는 모두 “별로 궁금하지 않아”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