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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서울예대학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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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대학별곡
‘알바’(아르바이트)는 낭만이 아니다. 시간과의 싸움이자 사장과의 치열한 눈치 작전이다. 시간당 노동이 돈으로 환산되는 일이라 시침의 운동이 곧 돈이 된다는 살벌한 자본주의의 논리가 그대로 피부에 와 닿는다. 알바를 구했다고 좋아하는 초짜 알바생에게 프로 알바생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묻는다. “시간당 얼만데?” 서빙 알바만 일곱 번을 했던 서울예대 박진희(문예창작 1년)씨는 이렇게 회고한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2700원이었던 시절 커피숍에서 2300원을 받고 하루 10시간까지 일해 봤다. 그 앞 커피숍에서 친구는 1800원을 받고 있었다.” 박씨의 최장 근속 기간은 두 달. 아르바이트의 높은 이직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제가 서빙을 시작했는데도 사장님이 구인 정보지를 떼지 않더군요. 물었더니 네가 언제 그만둘지 모르니 붙여두는 거라고 말하더라고요.” 고용주는 눈도 꿈쩍하지 않는다. 되레 일할 때마다 사장님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샌드백이 된 기분이었다는 박씨. 이쯤 되면 의심하게 된다. 알바의 높은 이직률은 21세기 대학생의 인성 탓일까, 열악한 근로 조건 탓일까. 올해 세 차례 정도 서울지역 국민, 상명, 성신, 중앙, 홍익대에서 ‘알바 권리찾기 거리상담’이 있었다. 성신여대에서 상담을 총괄했던 이 학교 조정은(국어국문 3년)씨는 “알바는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알바에도 적용되는 최저임금과 근로조건에 대해 알리고 부당한 일에 대해 법률적 도움을 주고자 한다”며 행사 의의를 설명했다. 불법은 만연한데, 이를 헤쳐나갈 방법은 가려진 게 알바 세계다. 가장 믿을 건 그래도 법이다. 법률을 근거로 사장과 당당히 맞서거나 노동사무소에 진정서를 내는 것. 한국외대 최승현(중국어 2년)씨는 “상담을 통해 2주 안에 임금 정리가 안되면 불법이라는 정보를 듣고 사장과 말다툼을 했고, 정리가 안되면 진정서까지 제출하겠다고 말해 나머지 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외대 정유진(영어학부 2년)씨는 “일을 넘겨준 후배 말로는 시간당 사천 원이었지만 지급된 돈은 삼천 원으로 계산돼 있었다”면서도 “일을 기한 내에 마치지 못해 깎인지도 모른다, 문자를 보냈으나 답이 없다”고 푸념할 뿐이다. 유순한 알바생은 문자로 항의하고 귀찮은 업체는 무응답이다. 문자로 항의하는 학생들조차도 많지 않다. 권리를 찾기 위해 다투는 것보다 편한 일자리나 빨리 찾아보는 게 효과적이란 일종의 냉소주의나 비루한 경제 논리, 어차피 귀찮기만 한 일일뿐이라는 ‘귀차니즘’이 섞여 있다. 근로장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재학생을 고용하는 등, 대학생들의 중요한 일터이기도 한 대학교가 알바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강화한다면 더 얄밉다. 지난 8월 국민대를 졸업한 정윤주(법학)씨는 삼 년 반 동안 연구소에서 일해 왔다. “입학 당시 시간당 2500원이었는데, 졸업할 때까지 같았다.” 정씨는 6월 거리상담을 통해 최저임금에 못 미친 부분을 학교 쪽에 진정서 제출로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론몰이가 쉽지 않았다”며 “처음 근로를 시작하는 새내기들은 최저임금조차 모르는 상태”라고 덧붙인다. 노동이야말로 개인과 사회간의 계약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대학생들에게 중요한 돈벌이로 자리한 알바도 마찬가지다. 알바하는 모든 대학생들에게 알바를 노동으로 호명하는 당당함은 필수 덕목이다.김지수 <서울예대학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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