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03 11:12
수정 : 2005.11.03 11:12
어제 수아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온 뒤 보채는 수아를 업은 채 저녁을 먹고, 젖병 소독하고 기저귀 빨고(휴~) 나니, 11시쯤에야 여유가 생기더군요. 제가 요즘 즐겨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한국방송>의 상상플러스인데, 다행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죠. 가수 문희준과 배우 조은숙이 이날 게스트였습니다. 2년만에 4집을 냈다는 문씨를 정말 오랜만에 봤습니다. 그동안 인터넷을 떠돌던 ‘무뇌충’ 패러디물은 종종 접했지만 말이죠.
문희준을 보니, 무척 반가웠고... 그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동안 “슈퍼마켓갈 때도 화장하고 다닌다더라” “락에 대해 아는 것 하나도 없다”, “7옥타브 올라간다고 거만하게 말했다”, “군대 왜 안 가냐” 등 출처도 불분명하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무수한 ‘안티’를 양산했던 그였기 때문입니다. 밝고 활달했던 예전 그의 모습과 달리 마음고생을 겪었던 그는 상당히 위축돼 보였습니다. ‘안티’ 얼마나 무서운 형벌(?)입니까?? 그는 조만간 군입대도 한다고 합니다.
악성리플에 고통스러워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여고생, 지하철에서 개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아 누리꾼들의 비난을 받았던 개똥녀, 임신한 애인을 버려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남자 대학생... 물론, 그들의 죄는 비난받아야겠지만 익명성을 무기로 한 심각한 인격모독은 당사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줍니다. 더구나 그런 글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부풀려지고, 확대 해석되면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일은 시간문제입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누리꾼들의 의식도 많이 성숙되었다고 하지만 포털 등에서는 여전히 악성리플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당사자라서 그런지 악성리플에 대한 폐해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는 ‘생활의 발견-임신과 출산’을 쓸 당시, 첫번째 올렸던 글 때문에 홍역을 치른바 있습니다. 특히 첫번째 글이 나간 뒤에는 ‘자궁을 무기화한다’, ‘투정이다’, ‘엄마될 자격이 없다’ 등 네이버에서만 악성 리플이 수백개가 달렸으니까요. 그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저는 한동안 인터넷 기피증에 걸릴 정도였습니다. 회사에서도 고개를 들 수 없었고, “부장께 더이상 이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항변(?)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안티도 감수해야 한다. 안티가 늘어나는 만큼 팬도 생긴다”며 절 위로한 부장, 남편, 친구들 덕에 마음고생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필진네트워크를 만들면서 고민도 많았습니다. ‘악성 리플’ 때문에 마음고생을 할 일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주위 기자들을 봐도 “안티가 생길까바 필진네트워크 가입하는 게 꺼려진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기사와 달리, 그나마 조금 편한 글 형식으로 올려도 된다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문장이나 글에서 비롯된 사소한 오해가 커다란 바위가 되어 처를 칠까바 여전히 걱정이 됩니다. 그만큼 제가 더 책임감을 갖고 글을 써야겠지요...
한겨레가 새롭게 선보인 필진네트워크가, 그 안에서 활동하는 저 뿐 아니라 기자, 전문필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사람 냄새가 나는 따뜻한 이야기 마당, 사는 이야기를 두루 나누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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