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07 17:31
수정 : 2005.11.07 17:31
한국방송 “강동구서 백제시대 초대형 고분 발견” 보도
국내 고고학계가 한국방송의 ‘백제시대 고분 발굴’ 보도를 두고 정정보도 요구 방침을 밝히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학계가 문화재 발굴 보도의 진실 여부를 문제삼아 집단 대응하는 일은 처음이어서 문화재 보도 관행을 놓고 논란거리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한국방송은 1텔레비전의 ‘뉴스9’과 2텔레비전의 ‘뉴스타임’ 등을 통해 강동구 택지 개발 예정터에서 일본의 전방후원분과 비슷한 백제 시대 초대형 고분 10여 기의 윤곽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강동문화원이 지표조사한 결과 크기 100~500m에 이르는 초대형 고분들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방송사쪽은 이어 이달 1, 2일까지 한일 고대사를 다시 쓰는 발견이라며 발굴 의미, 일본 고분과의 비교 분석 등을 다룬 속보 등을 잇따라 내보냈다. 하지만 이 보도 뒤 현장 예비조사를 벌인 국립문화재연구소쪽은 전방후원분으로 보도됐던 구릉부 꼭대기 지층을 두고 “꼭대기 토양을 조금만 파도 곧 암반층이 나왔고, 흙을 쌓은 흔적은 찾기 어려워 인공지형이 아니라 자연지형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 고고학회 총회에서 일부 회원들이 방송 보도를 성토하고 강력한 대응책을 요구했다. 정정보도와 공개 사과 등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권오영 한신대 교수는 “명시적 근거 없이 일단 터뜨리고 보는 식의 발굴 보도 관행은 고고학 연구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국민들의 오도된 역사인식을 부추키는 만큼 발굴오보의 악순환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백규 회장은 “무책임한 보도임에 틀림없다”며 “조만간 임원들과 논의해 대응책을 세우는 한편, 보도에 등장한 전직 임원에게는 주의를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방송쪽은 “문화재청 현장 조사가 충실하지 않았고, 그 결론도 좀더 신중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지, 전방후원분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오보 주장은 수긍할 수 없으며 유적 보존을 위한 후속보도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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