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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7 16:12 수정 : 2005.11.17 16:25

홍대앞 인디판과 부침을 같이 해온 밴드 노브레인 멤버들. 왼쪽부터 정재환(베이스), 이성우(보컬), 정민준(기타), 황현성(드럼).

누리꾼 마녀사냥 꼬집은 ‘KIN’ 방송불가 판정 논란


펑크 록밴드 노브레인의 4집 수록곡 ‘‘KIN’이 ‘욕설’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방송 심의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누리꾼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스포츠한국>은 17일 노브레인의 ‘KIN’이라는 곡의 노랫말 중 “그러다 니 인생 즐된다” 등의 부분이 욕설에 해당돼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문제가 된 ‘즐(KIN)’이 누리꾼들이 인터넷에서 주로 사용하는 친숙한 단어로, “즐거운, 즐겁게…”와 유사한 의미로 쓰이며, “즐겁게 지내자”라는 뜻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누리꾼들이 심의기준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즐겜’은 “즐거운 게임을 하라”, ‘즐잠’은 “잘 자라” ‘즐밥’은 “식사 잘하라”, ‘즐린’은 “리니지 잘해라”라는 뜻으로, 욕설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노브레인의 이 노래는 “~하셈”, “~하삼” 등 인터넷 용어를 활용해 ‘개똥녀’ 사건이나 <문화방송> ‘음악캠프’ 도중 벌어진 ‘성기 노출 사건’ 등 누리꾼들의 마녀사냥식 악플과 댓글을 꼬집는 곡이다.

‘즐~’ 방송용어로 부적격?

보도를 접한 누리꾼 사이에서는 이번 심의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들은 <문화방송>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즐”이라는 단어가 아무런 제재없이 쓰였다는 점과 여가수 지요(G.YO)의 노래 ‘KIN’이 방송 적합 판정을 받은 점을 들어 ‘이중잣대’라는 점을 지적했다. <네이버>의 ‘hwijuni86’은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프란체스카가 남기는 한마디 ‘즐처드셈!’은 욕이 아니던가?”, ‘drake130’은 “G.YO 의 KIN 이라는 노래는 '즐'이 아닌가?”라며 의문을 제기했으며, ‘petpro’도 “역시… 이중잣대”라고 꼬집었다.


‘hunterkiller’는 “오락프로에서는 ‘~하삼’체 쓰면서, 노브레인이 ‘즐’ 썼다고 퇴짜맞는 아이러니한 방송체계”를 꼬집었다. ‘history004’는 “‘즐’보다 심한 말 많다. 이건 사실상 욕이 아니다”라고 썼으며, ‘odirex’는 “싸이의 ‘나 완전히 새 됐어’는 통과되고 ‘즐된다’는 안된다니…”라고 지적했다. ‘1999ok’는 “노브레인이 즐의 개념을 어떤 용도로 썼느냐가 중요하다. ‘꺼져라’ ‘끝장난다’ 등의 의미로 쓴 듯하지만 심의잣대가 엉망인 것은 사실”이라고 글을 남겼으며, ‘crazyoctopus’는 “‘닥쳐’ ‘꺼져’ 정도로 쓴 말 같지만, 완곡한 표현으로 어느 정도 허용이 가능한 말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즐’ 때문에 방송 부적격 받은 것 아니다!

그러나 스포츠신문의 보도와 달리 방송 부적격 판정은 ‘즐’ 때문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심의에서는 “싸가지한 너의 말 한마디에”, “현실의 시간 속엔 기냥 개븅신” 등이 가장 문제가 됐다. 또 “그러다 니 인생 즐 된다”라는 표현이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는 ‘즐’이라는 말이 “꺼져”, “됐다!”, “할 말 없수다”, “가보슈” 등의 불쾌감을 나타내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문화방송 심의분석부 강정민 차장은 “‘즐’ 때문이 아니라 노랫말에 들어 있는 다른 욕설이 문제가 됐으며, 가사 흐름에서 ‘즐’ 역시 욕설의 의미로 쓰였다고 판단했다”며 “투표 결과 심의위원 5명 전원이 방송 부적격에 손을 들어줬다”고 말했다. 그는 “지요(G.YO) 노래에서 ‘즐’은 욕설의 개념이 아니라고 판단해 2003년 12월 적합 판정이 내려졌으며, ‘젠장’ ‘빌어먹을’ ‘닥쳐’ 등의 가사가 듣는 사람 입장에서 불쾌감을 자극하지 않으면 적합 판정이 내려지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한편, 노브레인 대표 나성식씨는 “노랫말 중에 ‘개븅신’이라는 말이 들어가 방송 부적격 판정을 예상했지만 ‘즐’이 들어가는 가사는 무조건 방송 부적격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며 “4집 타이틀 곡 ‘미친 듯 놀자’란 곡에는 ‘이 시간을 즐기지 못하면 넌 찌질이’란 노랫말이 있다. ‘찌질이’가 오히려 욕 같은데, 이는 심의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심의기준 자체 모호로 생긴 ‘해프닝’

이번 헤프닝은 부정확한 보도 때문에 생겨났지만, 원인은 그동안 제기됐던 심의기준의 모호성 때문으로 보인다. 객관적 기준 없이 심의위원들의 판단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심의기준 또한 ‘방송사의 내규’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고 있어 불신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노래 심의의 경우 방송국의 심의위원 성향에 따라 같은 노래일지라도 방송국에 따라 심사 결과가 다르게 나오거나 같은 노래말이라도 가수의 특징에 따라 결과가 나르게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크라잉넛의 ‘말달리자’에 사용된 “닥쳐”, 싸이의 ‘새’에 나오는 “새됐어” 등의 용어는 방송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최근 음반을 발표한 가수 심태윤의 타이틀곡 ‘질겅질겅’은 방송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기호식품인 껌을 소재로 한 이 노래에 대해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은 ‘사장님도 씹고 부장님도 씹고 선생님 친구들 씹어봐요’가 두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중의적 표현이라는 점 때문에, 서울방송은 뜻이 전달되지 않는 ‘조달삿낫’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점을 문제 삼았다. 심씨의 경우 1집 수록곡 ‘클랄라’도 사전에 없는 단어라는 이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던 반면 클론의 ‘쿵따리 샤바라’가 심의를 통과했던 전례를 들어 심의기준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외에 ‘thank you’라는 타이틀로 컴백한 모던 록밴드 넬의 경우 지난 1집에 수록된 ‘기생충’이란 곡은 노래 제목이 지상파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임창정 10집의 ‘소주 한 잔’이란 노래도 ‘소주’라는 단어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재심의를 거쳐야만 했다.

논란을 낳고 있는 노래의 방송심의와 관련 심의위원에 대중음악 관련자를 포함시키고, 심사과정에서의 투명성과 객관적인 심의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방송국들은 자체적으로 심의위원을 선정해 노래를 심사하지만, 심의위원의 선발이나 심사기준에 대해서는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씨는 “방송 자체의 심의는 방송의 공익성을 감안할 때 당연한 것이지만 심의위원의 선정이나 심의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심의구조로서는 앞으로도 계속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으며, 심의위원에도 음악 관련 종사자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 노브레인 ‘즐’ (작사 이성우 / 작곡 정민준)

고요한 이 세상에 돌을 던졌냐?
뒤틀린 억한 심정 표출한 거냐?
싸가지한 너의 말 한마디에
대한민국 미래 어둡다

컴퓨터 자판 앞에 앉으면 영웅
현실의 시간 속엔 기냥 개븅신
실시간 리플 속 다져진 증오
니네 엄마 머리 아프다

얼굴이 안 보이는 공간이라 떠들지 마셈
그러다가 뺨 맞는다
까불다 더럽게 맞는다
얼굴이 안 보이는 공간이라 떠들지 마셈
그 시간에 공부해라
그러다 니 인생 즐 된다

그 누가 코를 높게 세운다 한들
그 누가 눈을 크게 찢었다 한들
니 동생 코 파다 코피 난 그 일이
너에겐 더 중요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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