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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0 17:48 수정 : 2005.11.20 17:51

만화 삼국유사

‘만화 삼국유사’ 첫째권 나와

“아득한 옛날 호랑이가 담배 얘기도 듣지 못했던 적, 우리나라 먼 북쪽에 호랑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어. 이름은 버마루야. 왜 버마루냐고? 그냥 아저씨가 지었어. 범이니까. 버마루 이름 괜찮지?”

딱딱한 ‘홍익인간’ 부드럽게
들풀로 그린 붓질 몽글몽글

〈만화 삼국유사〉(홍진P&M 펴냄)가 나왔다. 일연 스님이 1300년 전에 쓰고 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교수가 각색하여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일연 스님과 박재동의’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눙치면 각색이고 정색하면 박재동의 구라일 터인데 무척 그럴듯하다.

그 첫째가 마왕의 등장. 환웅이 환인한테서 천부인 세개(검, 방울, 거울)를 받아 인간세로 나올 무렵, 이미 땅을 차지하고 있던 마왕이 있었으니. 마왕이 폭우를 내리매 거울로써, 메두사 같은 괴물이 되매 칼로써, 폭풍으로 몰아치매 방울로써 물리친다. 이 과정에서 우사, 운사, 풍백이 임명된다는 것.

또 환인이 웅녀를 아내로 맞은 이유는 “웅녀가 꿈을 꾸고 꿈을 믿고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였기 때문”이라며 “우리 민족은 꿈꾸는 부족이고 그 꿈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환인의 입을 빌려 말한다.

곰과 범이 쑥 한 단과 마늘 스무개를 갖고 동굴에 들어갔는데 100일을 견디려면 닷새에 한개꼴로 먹어야 하는 것을 계산하는데 이틀이 걸렸다나 어쨌다나. 또 일연 스님을 불러내 만화가 재밌다면서 2편이 언제 나오냐고 말하게 하는 등 예의 박재동 표 유머가 곳곳에서 폭소를 자아낸다.

책 끝에 삼국유사, 고조선 강역과 문화, 고인돌 청동기 등 학습자료를 붙였다.


만화 삼국유사


그림은 금방이라도 물감이 뚝뚝 들을 듯 생생하고 등장인물 생김새가 친근하다. 붓터치는 딱딱하지도 않고 유약하지도 않고 몽글몽글하여 신화적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비밀은 펜과 붓 중간쯤의 효과를 내기 위해 특별히 선택한 들풀 붓. 박 교수가 사는 양재천변에 자생하는 코스모스 및 그와 비슷한 대궁이 빈 들풀을 말려서 빗겨 잘라내 붓으로 썼다. 박 교수는 “갈대, 소나무 등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그것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색깔은 유승배(오돌또기 미술감독)씨가 컴퓨터로 입혔다.

박 교수는 “원숙해진 다음 어린이용 만화를 해볼 생각이 있었는데 기회가 좀 빨리 온 것 같다”며 “청소년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뿐더러 단순 학습용보다는 소장할 수 있는 새로운 그림체와 만화책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5~6개월 걸려 첫 권이 나온 〈만화 삼국유사〉는 내년 초 2권 ‘해모수와 부여’에 이어 3년에 걸쳐 10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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