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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현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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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대학별곡
두 팔을 벌리고 환히 웃는 한 대학생 연예인이 외친다. “우리 대학으로 오세요!” 얼른 홍보물의 연예인 얼굴 한 번, 대학 이름 한 번 쳐다본다. 그리고는 “아, 얘가 이 학교 학생이었군.” 혹은 “이런 학교도 있었네”라며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이런 발견에 대해 김희리(부흥고 3년)양은 “좋아하는 연예인이 홍보하기 때문에 그 대학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고 야무지게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학들이 연예인을 내세워 대학 홍보에 사력을 다하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지난 해 탤런트 진구(당시 문화방송 시트콤 <논스톱> 출연)씨를 내세워 대학 홍보를 했던 삼육의명대학의 홍보과장 박순봉씨는 “입시생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많이 접해 본 대학을 선호하기 때문에 입시생들에게 친숙한 연예인을 학교 홍보 모델로 내세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홍보의 목적은 명확히 ‘입시생 유치’에 가닿아 있다. 이에 경기대의 조재동(독어독문 2년)씨는 “아무리 유명 연예인이라고 해도 한 개인을 내세워서 입시생을 유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우리 학교도 에초티 멤버들과 조성모가 다니는 학교로 더 유명한 때가 있었는데 연예인이 학우로 느껴지기보다는 거부감부터 들었다”고 한다. 또 유명 연예인만 앞세워 홍보하는 데 급급한 대학의 모습이 안타깝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모든 대학이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학교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는 배구 선수와 슈퍼 모델을 겸하면서 최근 모바일 섹시 화보 촬영을 한 ‘배구얼짱’ 한지연(체육과 4년)씨에게 제적 경고를 내렸다. 대학은 한씨의 모바일 섹시 화보 촬영이 “학생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화보 촬영”이라는 이유를 달아 긴급 교수 회의를 소집, 일주일 동안 그의 제적 문제를 논의했다. 다행히도 한씨는 남은 학기 동안 연예 활동을 금지한다는 조건과 함께, 제적 위기를 넘겼다. 이에 전문영(영어영문과 4년)씨는 “학교가 대외적인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학생의 활동을 고등학교처럼 통제하고 옭아맨 경우”라며 학교 이미지를 위해 학생의 선택이 제한된 것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다. 대학이 이처럼 유명 연예인을 앞으로 내세우거나, 또는 안으로 숨기면서까지 학교 이미지 구축 사업에 힘쓰는 이유는 자명해보인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김미숙(대외협력과 홍보팀)씨는 “많은 대학이 이미지 구축 사업을 하는 이유는 일반인이 학교 이름만으로 구체적인 학교의 이미지를 그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오늘도 입시생들은 많은 대학들 중 한 곳을 선택하고자 머리와 펜을 굴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학은 이런 입시생들의 선택을 받고자 여러 가지 매체를 사용해서 홍보의 홍수를 쏟아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많은 대학이 이미지 구축에 성공하고 있을까? 학교의 이미지는 연예인을 내세우거나, 출신 연예인의 활동을 금지시킨다고 형성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영관(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과 89학번)씨는 우리에게 낯선 과거를 이렇게 기억하기도 한다. “예전에도 대학 홍보가 있었지만 좋은 교수와 학업환경을 홍보하는 수준이었다. 지금처럼 대학 광고를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대학을 만드는 것은 학생들의 모교에 대한 자부심이었다.”대학은 대학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을 만들어가는 주체는 바로 그 대학의 구성원이다. 이가현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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