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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8 22:55 수정 : 2005.11.28 22:55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은 개관 1달만에 60만 넘는 관객들을 모으면서 국내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굳혔다. 구내 어린이박물관의 옛 갑옷 체험장에서 어린이 관객들이 투구를 머리에 쓴 채 유물들을 둘러보고 있다.

시민들과 ‘고조선 연표’ 싸고 껄그러운 소통 아쉬움도


전시 대박? 28일로 재개관 1달을 맞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의 첫 성적표는 일단 고무적이다. 애초 우려를 접고 27일까지 무려 67만9천여 명의 관객이 몰렸다. 하루 평균 2만2천여 명이 관람한 것으로 국내외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기록이다.

지금도 평일 1만~2만, 주말 3만~4만의 관객들이 몰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연말께 관객 100만명은 쉽게 넘어설 전망이다. 이런 성과는 40여 개의 방이 딸린 8100여 평의 초대형 전시장에서 대표적 문화유산들을 연말까지 공짜 관람할 수 있다는 파격적 혜택이 적잖이 작용했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관객 폭증은 서비스 기관 변신을 선언한 박물관의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외국 전문가들도 감탄한 어린이 박물관과 역사실·아시아실 신설, 전문 공연극장 ‘용’과 뮤지엄숍, 식당 따위의 편의시설 확충 등이 새 문화공간을 갈망하던 관객들에게 먹혀들었다는 게 문화재 동네의 중론이다.

반면 시민들과의 소통 측면에서는 아쉬운 단면들도 드러났다. 일부 우익 역사단체 등이 1층 고고관에 붙은 한국 고고학 연표에서 고조선이 빠진 것을 두고 친일 식민사관이라고 비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들 단체는 급기야 지방 국립박물관 연표까지 문제삼으며 박물관쪽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해프닝까지 빚었다. 박물관쪽은 결국 연표에 고조선 부분을 추가로 명기했지만, 학예사들은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다. “본질적으로 실증과학인 고고학에서 뚜렷한 유물 유적이 빈약한 고조선 연표의 누락 시비는 불필요하다”는 견해다. 박물관의 역사 민족의식 부족을 질타하는 시민단체와 과학적 실증을 강조하는 박물관 연구자 사이의 갈등은 어떤 면에서 예견된 것이었다.

하지만 역사학계, 교육기관 등과 꾸준히 대화하며 최근 드높아진 국민들의 역사의식과 학문적 경계 사이의 괴리를 좁히려는 노력이 미흡하지 않았느냐는 성찰론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과거 전시의 일방적 수혜자에 불과했던 관객들이 적극 발언권을 행사하는 상황 변화에 맞물려 능동적인 교감의 자세를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이밖에 박물관이 공표한 문화유산 한글 표기방안의 경우 세부안을 구하려는 관객들에게 불친절하게 응대하거나 안내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는 불만도 있었다.

이와 별개로 정무직 차기 관장 선정을 둘러싼 풍문이 돌면서 요즘 박물관 내부는 조금씩 술렁거리는 분위기다. 공연, 수익시설 등을 운영하는 박물관 문화재단과 전시 연구를 총괄하는 학예실 사이에 전체 운영방향이나 업무 협조 등을 놓고 보이지 않는 갈등 또한 감지되고 있다. 개관 이후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화두로 돌출한 내외부적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내년 유료 전환을 앞두고 문화계 시선은 더욱 냉정하게 박물관의 일거수일투족을 좇을 것으로 보인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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