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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30 17:17 수정 : 2005.12.01 16:26

사진은 국내 디자이너 지춘희의 2006 봄/여름 컬렉션. 모다뉴스 제공

서은영의트렌드와놀기

광고 촬영차 3년만에 찾아간 이탈리아 밀라노는 많이 변해 있었다. 악화된 경기 불황으로 몇몇 대형 브랜드는 없어졌다. 그 틈을 타고 새로운 스타 디자이너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밀라노의 패션 거리인 비아 몬테 나폴레오네와 비아 스피가에서 몇몇 브랜드는 아예 자취를 감췄고 그 자리는 새로운 디자이너의 매장이 매우고 있었다.

밀라노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다른 나라 디자이너 브랜드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뉴욕의 패션 거리인 메디슨 애비뉴나 소호, 런던의 본드 스트리트, 도쿄의 아오야마에는 세계 각국 디자이너 브랜드의 매장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밀라노에서 외국 디자이너의 브랜드를 찾는 것은 서울 압구정동에서 서점을 찾는 일만큼 힘들다.

이런 상황은 프랑스 파리의 생토노레 거리에서도 마찬가지다. 패션계의 바하와 헨델 같은 존재인 파리와 밀라노의 자존심과 우월감은 대단한 것이다.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마크 제이콥스나 도나 카란이 밀라노 거리에 들어오는 것은 그들의 패션 역사가 인정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런 이유로 다른 나라의 패션 브랜드는 밀라노의 멀티숍에서만 모습을 찾아볼 수 있고, 그나마도 샤넬이나 루이 비통 정도다. 거기에서도 ‘너희는 오래 됐으니 인정하겠다’라는 밀라노의 우월감이 느껴진다. 이탈리아의 터줏대감인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시작으로 사랑스러운 이모 같은 안나 몰리나리와 알베르타 페레티, 멋쟁이 삼촌같은 돌체&가바나, 제화 업계의 큰 아버지격인 세르지오 로시 등 이탈리아 브랜드들은 옹기종기 그들의 부락을 만들었다.

그들의 모습이 갑자기 더욱 부럽게 느껴지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얼마 전 열린 서울 컬렉션과 곧 시작될 스파(S.F.A.A) 컬렉션에서 몇몇 디자이너들이 더 이상 쇼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쇼를 하는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국내 디자이너들의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컬렉션과 시장에서 성공한 국내 디자이너는 지춘희를 포함해 한 두명 정도다. 더욱이 멀티숍이 늘어나면서 무수하게 많은 해외 브랜드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한국 패션계의 현실에서 국내 디자이너들이 자리를 찾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무엇이 문제 일까? 현실과 이상을 혼동하는 디자이너? 아니면 말도 안 되는 유통망을 펼치는 백화점? 아니면 외제라면 사족을 못 쓰는 소비자와 그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바이어들의 책임일까. 쉽게 포기해선 안 되겠지만 국내 디자이너들의 현실은 한 겨울처럼 춥고 어둡다.

서은영/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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