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1.30 17:48 수정 : 2005.12.01 16:24

김강지숙 <이대학보> 기자

2005대학별곡

대학가 총학생회 선거가 끝났다. 몇 년 전부터 ‘운동권 대 비운동권’ 대립양상이 화제가 되더니 올해 선거에서는 ‘뉴라이트(신보수주의)’란 말까지 대학가에 등장했다. 일부 언론들이 특정 대학의 선본들을 소개하며 ‘뉴라이트 돌풍’이라고 보도하면서다. ‘레프트’ 일색이던 대학가에 ‘라이트’, 더 나아가 ‘뉴라이트’까지 갖췄으니 정계 못지않은 완벽한 구도(?)를 대학도 갖추게 됐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좌·우의 개념은 확연하지 않다. “운동, 비운동권 중 어디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이화여대 채라다(국문학 3년)씨는 “운동권이 뭐냐”고 되묻는다. 1980년대 존재했던 운동권이라면 이젠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성신여대 유한나(지리학 1년)씨 역시 “딱히 운동이 뭘 지칭하는지 모르겠다”며 “복지를 위해서 학교 쪽에 요구하는 것도 운동인가?”라고 묻는다. “복지와 운동 둘 다 잘하는 선본이 좋다”는 그의 말마따나, 대학가에서 ‘운동권-투쟁 대 비운동권-복지’의 이분법이 깨진 지는 오래다. 고려대 김지윤(영문학 4년)씨는 “요즘 대학생들은 어떤 선본이 좌파고 우파인지 잘 모른다”고 전한다.

물론 극단적인 운동권에 대한 일반 학생들의 이질감은 크다. 올해 비권 총학이 탄생한 경기대의 신진철(정보과학부 2년)씨는 “한총련 탈퇴한다는 공약을 내건 선본에 표를 던졌다”며 “그동안 한총련의 과격한 운동에 실망이 컸다”고 잘라 말한다. 그러나 지지도 한 축이다. 입학한 이래 비권 총학들만 보아온 선문대 김효정(국제경제학 3년)씨는 “셔틀버스 공짜로 운행하겠다는 공약도 좋지만, 대학이니만큼 어느 정도 사회적 목소리도 냈으면 좋겠다”며 “사회적으로 점점 무지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학생들의 요구는 시대에 맞춰 그저 다양하게 변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들에서는 대학가에 새로운 우파가 형성됐다고 분주하다. 한 중앙일간지는 8일자 신문에 실은 ‘보수 깃발 걸고 학생회장 잇단 출마’ 기사에서 이화여대 ‘Double U, 명지대 ‘업그레이드 명지’, 서강대 ‘새로고침’, 경희대 ‘경희공감’ 등을 보수적 선본으로 찍었다. 이에 해당 선본들은 “우리는 신보수주의와 관계 없다”며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좌우를 구별해야 먹고사는 사회 밖 습성이 대학가에선 별로 안 통하는 듯 하다.

학생들에게 표를 던지도록 하는 건 색깔이 아니라 공약이다. 등록금이 걱정인 대학생들은 등록금 투쟁이나 장학금 인상에 끌리고, 학점이 바닥인 4학년은 학점포기제 공약만 보고도 표를 던진다. 유뉴스 고정 칼럼니스트 고영씨는 “공약 중심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오늘날의 대학생들을 진보, 보수의 틀로 가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기존과 다른 공약의 흐름들도 학생들의 다양성을 충족시키는 한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일부 언론은 ‘학생들은 운동권에 질렸다’면서 또 다른 ‘권’을 만들어내며, 이를 정치상업적으로 소비하기 바쁘다. 하지만 무색의 유권자들을 이끄는 가장 현명한 처사는 그저 ‘맛있는 공약’이란 사실을 학생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김강지숙 <이대학보> 기자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