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07 13:07
수정 : 2018.08.0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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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둔 동굴의 구석기퇴적층 3층에서 나온 그물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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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둔동굴 구석기시대 퇴적층서 그물추 14점 출토
함께 나온 숯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 2만9천년 전
인류 물고기잡이 역사서 가장 오래된 그물추 추정
고인류 손가락뼈 일부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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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둔 동굴의 구석기퇴적층 3층에서 나온 그물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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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 동굴에서 2만9천년 전 구석기인들이 쓴 것으로 추정하는 그물추가 나왔다. 인류의 고기잡이 역사상 가장 오래된 어로 도구의 하나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연세대박물관은 올해 6월부터 정선군 남면 매둔동굴을 조사한 결과 동굴 안의 구석기시대 퇴적층에서 그물추 14점을 찾았다고 7일 발표했다. 그물추는 최대 길이 37∼56㎜, 무게 14∼52g 정도로, 구석기시대 퇴적층의 가장 위쪽 1층에서 3점, 2층에서 1점, 3층에서 10점이 나왔다. 모룻돌에 석회암 재질의 자갈을 올린 뒤 그 윗부분을 망치로 때려내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3층에서는 새 주둥이처럼 끝이 뾰족한 부릿날 석기와 몸돌에서 떼어낸 돌조각(격지)도 함께 출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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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방덩굴 껍질로 엮어묶은 그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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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매둔 동굴의 바깥 모습. 석회암 동굴로 절벽 아래 굴 구멍이 뚫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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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안에서 바라본 굴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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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쪽은 “동굴 속 구석기 퇴적층 3층에서 그물추와 함께 거둔 숯 조각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맡겨 방사성탄소연대를 측정한 결과 2만8천550∼2만9천460년 전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창균 관장은 “좀더 많은 시료들로 연대 분석 결과를 보강해야하지만, 이 수치로만 보면 매둔동굴의 그물추는 인류의 물고기잡이 역사에서 시기적으로 가장 이른 그물추가 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학계에서 선사시대 어로작업을 대표하는 유물로는 버드나무 속껍질로 만든 9천여년전 안트레아 그물(Antrea Net)을 꼽는데, 핀란드와 러시아 접경지대에서 발견된 것이다. 일본 후쿠이현의 조몽시대 유적인 토리하마 조개더미(패총)에서 발견된 약 1만년 전 그물추, 오키나와·동티모르에서 확인되는 2만3천년전 낚싯바늘 등도 거론된다. 가장 오래된 어로행위 흔적은 4만2천년전 동티모르의 생활유적에서 보고된 바 있는데, 어로도구는 없고, 생선 뼈들이 나온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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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퇴적층 1층에서 나온 물고기 등뼈. 참마자, 피라미의 뼈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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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둔 동굴의 구석기 퇴적층 1층 상부에서는 고인류의 일부 손가락뼈도 나왔다. 둘째 또는 셋째 손가락의 3번째 끝마디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여 분석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구석기층에서는 이외에도 사슴, 노루, 산양, 곰 등의 대형 동물 화석과 갈밭쥐, 박쥐 등의 소형 동물 화석, 참마자·피라미 등으로 보이는 작은 물고기 등뼈와 새 뼈 등도 확인됐다. 박물관 쪽은 “그물추의 발견으로 한반도의 그물어로 활동이 후기 구석기 시대부터 있었다는 근거를 얻었다”며 “발굴성과가 구석기 시대 생계 수단과 먹거리를 복원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연세대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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