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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4 22:26 수정 : 2005.12.14 22:26

등록예고하면 소유주들 건물 철거…제도 정비·문화재 인식 전환 시급

근대문화유산등록제도가 시행 3년여 만에 존폐의 길목에 놓였다. 70년 전통을 지닌 영화명소였던 서울 초동 스카라 극장을 소유주가 무단철거한 사실(<한겨레> 8일치 11면)이 최근 드러났고, 지난 9월초 명동 옛 대한증권거래소 건물이 역시 소유주의 뜻에 따라 헐렸다. 이외에도 옛 일본은행 진해지점 등 올해 들어서만 4건이 등록 예고 기간 중 사라졌다. 등록 예고만 하면 철거하는 사태가 관행처럼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만든 등록 예고제가 오히려 근대문화유산에 사실상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린 셈이다.

2001년 도입한 근대문화유산 등록제도는 지금까지 옛 한전사옥, 서울시청, 덕수궁 석조전 동서관 등 228건을 등록했다. 개화기, 일제시대, 해방 직후 근대화 시기의 문화사 흔적을 담은 근대 건축유산 보호를 위한 취지를 내세운 것이다. 등록된 문화유산의 경우 근대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제철소 고로, 급수탑 등의 산업시설까지 문화재 개념을 넓히는 전기를 마련했지만, 대부분은 국가나 공공기관 지자체 소유의 건물들이고, 개인 소유시설은 15%미만에 불과하다. 헌법상에 보장된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소유주의 반발 때문이다.

실제로 등록제도는 보존 관리에 신경을 쓰라는 지침에 불과할 뿐 법적 강제력이 전혀 없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쪽은 문화재보호법을 올 7월 개정하면서 재산권 침해를 보완하기 위해 재산세 등 세제상 이익, 건축 터의 용적·건폐율 완화 등의 특혜를 내걸었지만 대다수 소유주들은 재산권 보호가 우선이라며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다. 또 용적, 건폐율 완화 등도 해당 지자체에서 1년 정도의 심의를 거쳐 조례화시켜야 실행되기 때문에 아직 한군데도 혜택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쪽은 내년 3월 공청회를 열어 제도 정비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청 관계자는 “대체로 기존 등록제를 시행하되 중요성이 큰 근대 건축물의 경우 국가·지방 문화재로 아예 지정하는 방안과 세제, 재건축상의 인센티브를 더욱 확대하는 안 등을 구상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부동산에 대한 집착이 유난스러운 국내 현실과 근대 문화재에 대한 인식부족의 장벽을 넘기는 쉽지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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