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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1 16:32 수정 : 2005.12.22 14:07

백수다, 30대다, 살쪘다. 그래서!

김삼순(<내 이름은 김삼순>, 김선아)= “백수라고? 그게 내 잘못이야? 경제 죽인 놈들 다 나오라 그래. 오호! 그래 너희 남자들은 나이 안 먹는 줄 아니? 나이 들어서 뱃살 축 쳐져서 영계 찾으면 비참하지도 않니?” 방앗간 집 셋째 딸 삼순이는 백수여도, 나이를 먹어도, 살이 쪄도 당당했다. 삼순이는 ‘청순가련한 여주인공’, ‘여자의 적은 여자’ 등 기존 드라마들의 진부한 이데올로기를 향해 “지랄 한번 2단 옆차기 제대로 하고 있네” 같은 리얼한 언어와 감성으로 일침을 가했다. 그 결과 한국 드라마 중 가장 진보적인 여성상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 51%를 기록했다. <개그콘서트> 출산드라, <올드미스 다이어리> 미자도 삼순이의 뒤를 이어 살찐 여자, 노처녀에 대한 편견에 도전했다.

대한민국 아줌마의 힘 보여주다

맹순이(<장밋빛 인생>, 최진실)= “우리 애들…내 식구들 이 세상 모든 거하구 이별하는 게 겁이나…나 혼자 떠나기가 너무 무서워”라며 악다구니와 눈물을 쏟아냈던 맹순이는 ‘삼순이가 진보시킨 모든 것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놨다’는 평가에도 아랑곳 없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다. 억척스러운 아내, 무능한 주제에 바람까지 피우는 남편, 남편의 못된 애인, 속 뒤집는 시댁식구 등 불륜 드라마의 정수들을 한 데 모으고, 암 선고 뒤 남편의 참회와 헌신 등 신파 드라마의 끝을 보여준 덕에 자체 최고시청률이 47%까지 치솟았다. 목 늘어진 남성용 러닝셔츠 차림에 아줌마 파마, 팬들이 ‘상상했던 것 이상’의 망가진 모습으로 컴백한 최진실의 리얼한 연기도 인기의 한 요인이었다.

‘순정파’ 남자를 어찌 동경 않으리

김석중(<너는 내 운명>, 황정민)= “(티켓다방)은하씨 쉬시라고” 소젖 판 돈으로 ‘사심없이’ 티켓을 끊던 농촌총각 석중이는, 돈 없고 머리 나빠도, 꽃미남이 아니어도 오직 순정만으로 여성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올해 최고의 순정파 캐릭터. 에이즈에 걸린 은하씨가 “나 벌레야, 벌레, 병 옮는다구”라며 윽박질러도 “그래도 안 변해요 사랑…”이라는 굳은 믿음을 견지하며 “어차피 살다 죽을거면 나 은하랑 살다 죽을래”하는 이 지고지순한 남자를 어느 여잔들 동경하지 않으리오. <나의 결혼원정기> 만택이와 함께 뭇 여성들에게 농촌총각에 대한 판타지를 심어주기도 했던 석중이는, 황정민을 올해 최고의 남자배우로 등극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며 신파 멜로 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300만명 되겠다.

관객들 가슴도 “콩닥콩닥 뛰었어요”

윤초원(<말아톤>, 조승우)= 상반기 충무로의 영광은 500만 관객의 가슴을 덥힌 자폐 마라토너 초원이에게로 돌아갔다. 초원이는 <인간극장>에 나왔던 배형진씨 실화를 토대로 발달장애인의 현실을 편견없이 표현했다는 점에서 공감을 자아냈다. 영화 성공 뒤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자폐 수영선수 김진호씨를 주인공으로 고정 꼭지를 편성하는 등 발달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와 미디어의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특수교사도 혀를 내둘렀다던 매력남 조승우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이런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 초원이가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할 때마다 여성 관객들은 ‘조승우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라며 자지러졌고, “초원이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요”하는 조승우를 볼 때마다 여성들의 가슴도 덩달아 콩닥거렸을 거라는 그럴듯한 추측이 가능하다.


“마이 아파” 도 순수함 잃지않아

여일(<웰컴 투 동막골>, 강혜정)= 여일이라는 이름은 모르지만, ‘미친년’은 다 안다. 동막골의 광녀 여일은 동네 꼬마에게 “내가 미친거 니 말고 딴 사람들도 마이 아나?”라며 속삭였지만 800만 관객이 알았다, 그가 “마이 아파”한다는 걸. 하지만 전쟁의 와중에도 순수함을 잃지 않았던 동막골 사람들을 대표하는 여일은 “근데 있자나, 쟈들하고 친구나?”라며 이데올로기 싸움에 감춰져 있던 ‘국군과 인민군의 본질’을 꿰뚫는 혜안을 보여주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여일은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사투리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던 강원도 사투리의 부활을 주도했다. 양대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와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 동막골을 패러디 한 강원도 사투리 개그 꼭지가 생겼을 정도다.

350만명에 “친절해 보였나봐”

금자씨(<친절한 금자씨>, 이영애)=스타 배우 못지 않은 스타 감독의 브랜드 파워를 확인시켜준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완결편 <친절한 금자씨>의 주인공. 이 영화는 <올드 보이>에 비해 대중적이지 않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350만명의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금자의 대사인 “친절해 보일까봐”, “너나, 잘 하세요”는 올 해 가장 많이 인용되거나 패러디된 유행어다. 특히 “너나, 잘 하세요”는 요즘 한국인의 사고 방식의 일단을 보여주는 말로 평가받기도 했다. 지난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사회통계조사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의 64.8%가 자신은 법을 지킨다고 답한 데 비해 다른 사람도 법을 잘 지키고 있다는 응답은 28%에 불과 했다. 나는 잘 하고 있는데 너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니, 너나 잘 하라는 냉소가 금자씨의 것만은 아닌 듯.

튀는 대사…시트콤 새 영역 개척

안성댁(<안녕, 프란체스카>, 박희진)=텔레비전, 영화를 막론하고 주인공보다 더 빛난 올해 최고의 조연 캐릭터. 입술을 떨면서 ㅂ발음을 ‘v’로, ㅍ 발음을 ‘f’로 발음하는 특이한 말투, “이게 왠 피박쓰고 쪽박차는 시츄에이션” “이게 왠 모나코 공주 발톱 깎는 소리?” 등의 ‘상식을 뛰어넘는’ 대사, 역시 상식을 뛰어넘는 차림과 행동으로 <안녕, 프란체스카>가 시트콤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특히 “이게 왠~~시츄에이션”은 주인공 프란체스카가 남긴 명대사 “대략 즐쳐드셈”을 간단히 제압하고 <안녕, 프란체스카> 최고의 명대사가 됐다. 제목으로만 남아있는 안성댁 주연의 드라마 속 영화 <건방진 금자씨>의 인기도 <친절한 금자씨> 부럽지 않았다.

완벽주의 강박증 씻어준 유머

‘그까이꺼, 대충’ 경비원 아저씨(<개그 콘서트>, 장동민)=<개그 콘서트> 피날레 코너 ‘봉숭아 학당’에서 복학생의 바통을 이어 올해 최고로 장수하고 있는 캐릭터.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한국인들의 ‘대충주의’를 꼬집는 풍자적 유머로 “한의사, 그까이꺼 대충 잡초나 뜯어다가 푹푹 삶아 봉다리에 담아주면 되지 뭐”라고 웃겼을 때는 한의사협회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뒤로 갈수록 자신들의 직업을 웃겨달라는 주문이 늘어났다는 후문. 그러나 대충주의에 대한 놀림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이 유행어는 사회 전반을 짓누르는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 대충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치열한 생존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로부터 잠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느긋하고 편안한 웃음으로 더 사랑받았다.

“그때 그때 다른” 고위층 행태 투영

미친소(<웃음을 찾는 사람들>, 정찬우)=한국방송 <개그 콘서트>의 기에 눌려 맥을 못추던 에스비에스의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시청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롤러스케이트를 탄 영어강사 미친 소가 짧은 영어 문장들을 번역하면서 침묵대명사, 분실접속사 등 있지도 않은 문법을 만들어내고 같은 단어도 늘 다르게 번역하면서 옆의 조교(김태균)가 그 이유를 물으면 “그때그때 달라요” 얼버무리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미친소는 대한민국의 병적인 영어교육 열풍과 함께 말 바꾸기에 능한 이른바 ‘고위층’들의 행태를 투영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달 말 <웃찾사>에 복귀한 “그때그때 달라요 2”는 1편 때만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의 품속으로

다니엘 헤니(<내 이름은 김삼순>, 각종 광고)=다니엘 헤니는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인물이지만 올해 여성들이 발견한 최고의 남성 캐릭터라는 점에서 인물이 곧 캐릭터로 이입된 특이한 경우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헨리역으로 시작된 부드럽고 사려깊으면서도 남성성을 잃지 않는 헤니의 캐릭터는 자동차와 패션, 홈쇼핑 광고로 이어졌고, 특히 인터뷰 막간이나 몰래카메라 등 연출되지 않은 자연인 다니엘 헤니의 모습에서도 한치의 어긋남 없이 관통하면서 ‘올해 최고의 남성상’으로 꼽혔다. 다니엘 헤니가 제시한 남성상은 터프가이, 꽃미남, 메트로섹슈얼 등으로 이어진 매력남의 트랜드를 새롭게 바꿔놓았으며, 그의 부드러운 이미지와 함께 입양, 혼혈 등의 단어가 가진 사회적 ‘비호감’도 많이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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