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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1 17:14 수정 : 2005.12.22 14:10

2005년 최고의 캐릭터 10명

웬 퐝당 시츄에이션? 그까이꺼 대∼충 찍자니깐 너나 잘하세요!


2005년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누구일까요? 자타가 공인하는 올해의 인기 캐릭터 10명이 진검승부를 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공정한 승부를 하기 위해 이들은 한 편의 영화에 동시에 출연해 일합을 겨루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순식간에 급조된 메가톤급 블록버스터 액션 멜로 코미디 영화 <태풍을 만난 킹콩과 친구들:위 아 더 월드>. 올해의 여느 개봉작과는 비교할 수 없는 초호화 캐스팅의 감동 대작과 함께 연말연시를 즐겁게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엄청 바쁜 그들이 팬 여러분을 위해 한자리에 모여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태풍을 만난 킹콩과 친구들’

킹콩을 만난 그들은 무사했을까요?
기대하시라 전격 개봉

때는 바야흐로 각종 시상식이 한반도를 들썩거리게 하는 연말,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올해의 최고 캐릭터’ 수상자 명단과 트로피를 싣고 태평양을 건너오던 함선이 습격받는다. 범인은 킹콩. 엄청난 사료값을 감당못해 킹콩을 아사시키려던 미국정부의 탄압을 피해 몇년 전 한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오고자 했지만 인천공항 기물파손 우려로 거부당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저지른 범죄임이 국가정보원으로 비밀리에 입수된다.

#삼순, 석중의 구출을 위해 떨쳐 일어나다#

국정원 앞에서 나루세 빵집을 하던 삼순은 어느날 기관원들이 빵을 먹으며 나누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들의 말 속에서 ‘인질’이라는 단어 뒤에 ‘석중’이라는 이름이 등장하자 삼순은 얼어붙는다. 석중은 십년 동안 ‘사랑이 어떻게 변해요’라고 속삭이다가 지난 해 갑자기 배를 타겠다며 떠나버린 삼순의 첫사랑, 삼식의 본명이었다. ‘에이, 이 쭈꾸미 같은 놈, 나쁜 새끼, 나 버리고 떠날 때는 잘 살 것처럼 큰 소리치더니…, 으흑 불쌍한 자식’

삼순은 남한 정부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석중이 총각 구하기’ 비밀작전에 돌입해 지난해 최고령 학생으로 졸업한 연기학교 나머지 공부반 동기들을 소집한다. 동창생 초원이와 여일이, 그리고 부르지도 않은 나루세 빵집의 라이벌 미키오 베이커리의 파티셰 금자씨와 연기학교 경비 아저씨가 모였다. “경비 아저씨는 왜 또 오셨어요?” “아, 이거 국익을 위하는 일 아녀? 국익하면 또 나 아녀” “뭘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까이꺼 쓰레기 쪼가리들 대~충 모아서 풍선에다 넣고 불어서 냅다 던져가지고 말여, 동물원 고릴라 한마리 때려잡은 다음에 나 세계 최초로 킹콩 잡았다~ 그러면 되는 거 아녀” “들어가세요. 금자씨! 내 말 듣는 거야? 지금 어딜 쳐다봐. 어이구, 저 시뻘건 눈팅이 봐라.” 아이섀도를 칠하는 척하며 거울로 뒷자리 초원이의 실한 다리를 흘끔거리던 금자씨, 우아하게 콤팩트 뚜껑을 닫으며 말한다. “너나, 잘 하세요” 심난해진 삼순, 초원이의 손을 꼭 잡는다. “초원아, 우리 해낼 수 있겠지?” “삼순이 다리는 백원짜리 무다리, 몸매는 끝내주게 뚱뚱해요.” 삼순이의 미간에 깊은 고랑이 생긴다. 무료하게 머리카락을 배배 꼬던 여일이 삼순에게 묻는다. “니, 마이 아파?”

#해골섬의 킹콩, 석중과 사랑에 빠지다#


한편, 킹콩의 손아귀에 잡혀 해골섬에 도착한 석중과 맹순이, 미친소 일행은 혼란과 공포에 휩싸였다. “억울해, 억울해. 집 나간 반성문 가까스로 끌고와서 이제 남부럽지 않게 살아보나 했더니, 흑. 전생에 원수가 만나서 부부가 되는 거라더니 다음 생에서는 이 죽일 놈의 킹콩이랑 부부가 되겠네. 나 억울해” 맹순이가 울부짖는다. 멀리서 미친소가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해골섬을 헤집고 다니는 동안 묵묵히 등에 붙은 거대 모기와 어깨를 기어오르는 거대 지네, 얼굴을 빨아들이는 거대 촌충을 떼어내려고 낑낑대던 석중에게서 킹콩은 조용히 벌레들을 털어내고 석중을 들어올린다.

“지, 지는 강세종이 아니라 강석중인데요… 아, 아직 장가도 못갔고요…” 덜덜 떨면서 말을 하던 석중이 움츠렸던 고개를 들자 킹콩의 촉촉히 젖은 눈에서 쏟아지는 분홍색 하트 무늬의 ‘러브러브’ 안광. 석중이 수줍은 듯 살짝 고개를 돌리자 두 사람의 등 뒤로 저 멀리 수평선에서 붉은 노을이 퍼져나간다. 이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흐른 듯 겹쳐지는 화면에는 석중이 해골섬 꽃나무 198그루를 베어 만든 화관이 킹콩의 머리 위에 얹혀 있다. 두 사람의 뒤에는 여전히 노을이 붉게 타고 있다.

#해골섬의 해후, 밝혀지는 출생의 비밀#

천신만고 끝에 해골섬에 도착한 삼순 일행은 원주민들로부터 접근을 차단당한다. 원주민 대표 안성댁이 앞으로 나와 오른쪽 입가에 심한 경련을 일으키며 말했다. “이봐, 구질구질한 멤붜들, 육질 좋은 킹키리리~콩은 아무나 만날 수 없쒀. 건봥진 나, 봑휘쥔에게 괌히 도전장을 던지다니.” 어처구니없는 동시에 마음 급한 삼순 일행, 원주민 사이에 섞여 있는 다니엘 헤니를 발견한다. “헤니야, 네가 왜 여기 있어? 혹시 킹콩이 어디 있는 지 아니?” 헤니가 녹일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아 유 젠틀?” 삼순의 이마 왼쪽에 굵은 땀방울이 그려졌다.

총으로 모기를 쏘면서 정글을 헤치고 나아가던 삼순 일행에게 멀리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나 잡아 봐라~.” 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석중. 목소리를 따라 간 이들이 발견한 건 킹콩의 길고 수북한 털 사이를 기어다니며 애교를 떠는 석중이었다. “쟈들끼리 친구나?” 여일이 말하자 킹콩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굳게 믿어왔던 안성댁이 비명을 질렀다. “이게 왠 다된 줄기세포에 곰팡이 번지는 퐝당 시츄에이션?”

“삼식아, 아니 석중아. 얼른 내려와. 킹콩과 너는 맺어질 수 없어. 게다가(목소리를 낮추며) 난 너무 오래 굶었다구.” 삼순이 소리치자 주춤하던 석중이 킹콩의 어깨에서 울먹거리며 소리쳤다. “어차피 죽을 거면 나 킹콩이랑 살다 죽을래.” 망연자실해진 삼순은 신음했다. “뻑이 갑니다. 뻑이 가”

예사롭지 않던 삼순의 말투에 고개를 돌린 킹콩, 흠칫 놀란다. 석중을 내려놓고 삼순에게 천천히 다가간 킹콩이 갑자기 양손으로 격렬하게 가슴을 치더니 외친다. “으헝, 킁킁, 쩝쩝 (아임, 유어, 마더)” “아니, 당신이… 그럼 유치원에서 나를 킹콩이라고 부르던 아이들은 내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거야? 엄마~”

멀리서 아직도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달리는 미친소의 메아리가 암흑의 심장, 해골섬 골짜기에 울려퍼진다. “킹콩인 줄 알았는데 퀸콩인 거죠? 킹콩인지 퀸콩인지는 그때그때 달라요.”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윗 이야기는 개봉영화인 <태풍>과 <킹콩>, 그리고 등장 캐릭터들의 출연작 대사를 엮어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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