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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7 17:58 수정 : 2005.12.27 17:58

TV다큐작가 이종한씨 발품 팔아 첫 평전

1990년 9월22일 베이징 아시아경기에서 연주된 ‘중국인민해방군가’. 2000년 6월13일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할 때 연주된 ‘유격대행진곡’. 그리고 전주시 신흥고등학교 학생들이 부르는 교가. 중국-북한-남한 세 나라 세 노래의 공통점은?

제4회 한국인기록문화상(지식산업사 주최) 대상작인 <음악이 나의 무기다>는 사뭇 인상적인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중국 현대음악의 대부’ 정율성이라고 답한다. 900매 분량(200자 원고지)의 이 저작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작가 이종한(43)씨가 오랫동안 흩어진 자료를 모으고 생존자들의 증언을 따서 정리해낸 인간 정율성(1914~1976)에 대한 회심작이다. 남쪽에서는 모양을 갖춘 첫 평전으로 내년 3월께 출간될 예정이다.

조선 독립운동하다 19살 중국행
해방뒤 북한 군악대장
한국전때 중국 돌아가 음악가로 명망
한국인기록문화상 대상 2006년 출간

“중국 자료는 ‘소수민족 출신의 음악가’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한국인의 눈으로 본 조선인 정율성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조선인민군 군악대장 시절의 정율성(뒷줄 왼쪽에서 두번째). 앞줄 오른쪽부터 최승희의 딸 안성희, 무용가 김백봉, 한사람 건너 군복입은 최승희. 뒷줄 맨왼쪽은 최승희의 남편 안막. 광주시 남구청 제공


정율성의 삶이 세 나라에 걸쳐 있는 만큼 세 나라의 입맛에 따라 편리하게 부침시켜 인간 정율성은 박제돼 있었다는 게 작가 이씨의 설명이다. 광주 생으로 열아홉 살에 중국으로 간 정율성이 중국공산당 근거지인 옌안으로 가서 항일가요인 ‘옌안송’과 ‘팔로군행진곡’(나중에 중국인민해방군가로 개칭)을 작곡하며, 해방 뒤에는 북한에서 조선인민군 군악대장을 지내고 한국전쟁 중 중국으로 돌아가 활동하다 혁명열사릉에 묻힌 그의 역정이 세 나라의 아전인수가 가능케 했던 것. 지난 11월 11~12일 출생지인 광주에서 그를 기리는 음악제가 열리는 등 남쪽에서도 조명을 받기 시작했으나 개괄적인 경력만 알려졌을 뿐이다.

“자료를 조사하는 동안 회의에 빠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의 딸이 틀어준 정율성의 육성노래 ‘매기의 추억’에서 우러나온 깊은 슬픔과, 환갑을 훨씬 넘긴 노인이 10시간 넘게 그의 말년을 증언해 주는 것을 보고 확신을 가지게 되었죠. 정율성이 큰 인물이었다는 것을요.”

이씨는 인간 정율성을 복원하기 위해 유일한 혈육인 정쇼티, 말년을 가족처럼 지낸 리서, 중국행에 동행한 김승곤, 중국공산당 중앙당 은퇴교수인 최용수, 당시 루쉰예술학원 학생이었던 멍위 등의 증언을 땄고, 김학철, 김성숙, 정정화, 님 웨일즈, 커란 등의 저서와 당시 발행된 중국신문 등을 참고했다.

그가 역점을 두어 밝혀낸 것은 대략 세 가지로 옌안행 이전 조선인 독립운동가 정율성 부분.

옌안으로 들어간 정율성이 조선인 독립단체인 조선민족해방동맹과 어떤 식으로든 연계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편지를 찾아냈으며 그의 부인 딩쉬에쑹의 회고록에서 정율성이 의열단 시절 유대진 외에 황청해, 김중민이란 가명을 더 사용했음을 확인했다. 옌안행이 단순히 음악공부를 위한 게 아니라는 추정이다. 또 혁명가·음악가 정율성 뒤에는 위로 세 명의 형과 누나가 있었다는 새삼스런 사실. 형들은 모두 독립운동에 투신했고 정율성에게 음악적 재능을 나눠준 누나는 혁명가의 아내가 되었다. 정율성 집안이 알려진 것과는 달리 ‘빵빵’했음도 특기할 일이다. 부친 정대업이 교회에 낸 헌금을 확인한 결과 5위권에 들 정도로 부유했다. 출신성분이 가난한 집안으로 바뀐 것은 정율성의 생존전략이었다고 이씨는 추정했다.

이씨는 부인 딩이 증언을 꺼린 점과, 북한에서의 활동상황을 확인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북한과 중국 공산당의 공식문서 등을 확인해 연구가 좀더 진척되면 더 훌륭한 평전이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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