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 문명 상대로 한 광기의 실험이죠”
이영준(45·사진) 계원조형예술대 교수는 원래 사진 비평을 공부했지만, 최근 세상의 모든 사물과 시각이미지에 시선을 들이대는 이미지 비평의 영역을 일궈온 미술인이다. 비행기, 열차, 배 등의 기계 이미지들에 광적인 관심을 지닌 이 괴짜 비평가가 열정에 겨운 나머지 최근 ‘일을 냈다.’ 가장 거대한 기계 장치 격인 대형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돌아다니면서 배의 기계적 속성을 미학적으로 관찰·분석하고 텍스트를 만드는 미학적 작업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이름하여 ‘이미지 비평가 이영준의 상선 프로젝트’. 그는 내년 1월23일부터 2월4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출항해 동중국해, 태평양을 거쳐 일본 치바까지 가는 대형 자동차 수송선의 선원이 되어 열흘간 항해를 하게 된다. “어릴적부터 기계장치에 광적일 정도로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를 미지의 공간에서 자연과 사투하며 기계장치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전율이 느껴집니다. 거친 바닷 속에서 예측 못할 환경에 놓이면서 이 거대한 동력 기계 장치들은 어떤 메카니즘으로 선원들과 어우러질까를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일본 10일간 선원 생활예측 못할 항해 속 배 장치들 기록 이번 이색 기행은 독립전시공간인 스타일큐브 잔다리쪽의 협조로 성사됐다고 한다. 지난 여름 우연히 배를 타고 제대로 기계 비평을 하고 싶다는 이씨의 넋두리를 들은 화랑쪽에서 한 해운회사와 협상해 이런 구상을 진지하게 현실화시켰다는 것이다. 6800대의 현대 차를 실은 5~6층 건물 높이의 자동차 수송선에서의 열흘간 그는 기계문명의 한 상징인 선박 곳곳을 부유하면서 그 안에 내재된 기계장치들과 시설 등을 관찰하고 일일이 사진으로 기록할 작정이다. 거친 파도 헤쳐나가며 미지의 해양 조건, 미지의 사건들과 부딪히는 그 거대한 기계장치 속에서 미학, 기호학, 상징성 따위를 이미지 중심으로 비평하는 초유의 시도라고 그는 단언한다. ‘기계 문명을 상대로 한 광기의 실험’이라고 이번 프로젝트를 표현한 이씨는 열흘간의 승선 기록과 비평 텍스트들을 올해 중 단행본 비평집으로 묶어 출간할 계획이다. 노형석 기자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