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1.11 17:08 수정 : 2006.01.11 17:19

코리앤더·바질·파프리카…
코와 혀로 이국적 정취에 푹∼맛으로 짜릿한 일탈 빠져봅시다


바질, 코리앤더, 넛맥, 샤프란, 타라곤….

바야흐로 한국도 맛과 향의 세계화 시대를 맞고 있다. 90년대 초반 세계화 바람이 불어닥치기 시작한 지 10여년이 지나, 코와 혀로 이국의 정취를 보다 생생하게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코리앤더(고수)에서 동남아를, 강황에서 인도를, 커민에서 터키를 냄새맡고 맛보는 일이 집에서도 가능해졌다. 5~6년전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했던, 옛 유럽에서는 부의 상징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던 이들 향신료를 인근 할인 마트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지난해 봄부터 말린 바질, 월계수잎 등을 팔고 있는 이마트 쪽은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해먹는 사람들이 늘어 수입 향신료 시장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특한 향신료는 일상 속에서 맛으로나마 짜릿한 일탈을 경험하게 해준다. 향신료는 톡 쏘는 향과 맛을 지닌, 식물에서 얻은 요리 재료다. 보통 풀의 줄기나 잎은 허브, 씨·꽃·껍질에서 추출해 가공한 건 향신료라 부르지만 구분이 모호하게 쓰이기도 한다. 오랜 세월 의약품, 방향제, 식용으로 삶을 자극해온 향신료의 맛엔 그 땅의 역사와 문화도 얽혀 있다. 이름은 들어 봤으나 정체는 아리송한 주요 향신료들의 고향은 어디이고, 어떻게 쓰면 좋을지 알아봤다.

코리앤더

남유럽과 중동, 중국 등에서 수 천년 전부터 쓰였던 식물, 고수다. 베트남 쌀 국수에 올라오는 푸른 잎사귀를 떠올리면 된다. 콜럼버스를 따라 남미에 전해진 뒤 멕시코나 페루 음식 맛의 중심이 됐다. 중국 파슬리라고도 불리는데 씨, 열매, 잎의 맛이 조금씩 다르다. 씨는 피클 담을 때 쓰고, 잎은 모로코나, 타이, 베트남 요리의 단골 재료다. 유대인은 유월절에 이집트에서 해방된 기념으로 코리앤더를 먹는다. 오렌지 껍질이나 허브 세이지 같이 떫은 맛도 난다. 가루보다는 씨앗채로 사야 향이 오래간다. 살짝 볶으면 비누 같은 냄새는 없어지고 좋은 향은 짙어진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의약품으로 쓰거나 와인에 넣어 마셨다. <천일야화>에서는 정력제로 높이 평가했다.

커리

온갖 향신료의 집합체다. 인도에서는 ‘마살라’라고 부르는데 만드는 방법만 100여가지가 넘는다. 제일 흔한 건 북부 인도 요리에서 쓰는 ‘가람 마살라’다. 맛이 부드럽다. 남부 지방의 ‘삼바 마살라’는 매콤하다. 보통 2~12가지 향신료를 섞는다. 기본으로 여겨지는 판잡, 프라데쉬 지방의 커리는 계피와 월계수, 커민, 코리앤더, 카드몬, 후춧가루, 정향, 매이스를 등을 볶아 섞은 것이다. 고추 후추, 생강, 타메릭을 넣어 매운 맛을 보탠다. 채소와 어울리는 ‘삼바 마살라’는 ‘달’이라는 노란 완두콩으로 농도를 조절한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커리 가루는 사실 전통 인도식이 아니라 영국인들이 개발해 보급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주로 먹는 ‘오리엔탈 커리’는 향신료 카메릭을 섞어 노란 색을 띤다.


정향

인도네시아가 원산지인 정향나무의 꽃봉오리를 말린 것이다. 중국 요리 맛을 내는 오향은 회향풀, 계피, 산초, 정향, 진피 등 다섯 가지를 섞어 만드는데 다 구하기 어려우면 정향만 우려내도 된다. 맵고 톡 쏘는 향이 육류의 누린내를 없애는 덴 그만이다. 국물이 지저분해질 수 있으니 재료에 꽂아 넣는 게 좋다. 커리 가루, 스튜, 케이크와 과자를 만드는 데도 많이 쓴다. 분말이나 오일은 향기가 달아나 버린다. 통째로 사서 밀폐용기에 두었다가 조금씩 갈아 쓰면 좋다. 4세기에 유럽으로 전해져 살충제, 방향제로도 이용됐다. 중국에서 황제를 알현할 때는 ‘백리향’이라고도 불렸던 정향을 씹어 입 냄새를 없앴다. 치통과 소화불량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고 마취약의 원료로 쓰인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담배로 말아 피우기도 한다.

파프리카

멕시코가 원산지인데 헝가리의 파프리카를 최고로 친다. 터키나 유고슬라비아에서도 재배한다. 피망과 비슷해 보이지만 끝이 뾰족하고 껍질이 도톰하다. 이를 빻아 진홍색 가루를 낸 게 파프리카다. 질 좋은 것에선 과일향도 난다. 중앙 유럽에서 후추와 함께 육류 요리에 많이 쓰이는데 제일 유명한 요리는 헝가리의 굴라시다. 소고기에 파프리카를 넣고 오랜 시간 끓인 것으로 한국인 입맛도 당긴다. 단 것부터 매운 것까지 여러 종류다. 매운 정도도 다 다르니 설명서를 잘 읽어보고 사야 한다. 공기와 햇빛이 차단된 곳에 둬야 향과 색깔을 지킬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갈색으로 변하고 맛도 이상해지니 조금씩 사서 쓰는 게 좋다.

월계수잎

시리아, 이란에 뿌리를 뒀다. 지금은 지중해, 남유럽에서 쑥쑥 자란다. 푸드스타일리스트 노영희씨는 “굳이 향신료 하나만 사야한다면 월계수잎을 고르겠다”고 말한다. 그만큼 쓰임이 많다. 서양 요리의 기본 재료로 훈제나 육수를 우려낼 때 빠지지 않는다. 소스와 피클을 만들 때도 요긴하다. 신선한 것보다 말린 게 더 향이 좋다. 잘게 찢으면 향이 짙어진다. 4인분 기준 요리에 한두 잎이면 충분하다. 요리가 끝난 뒤 건져내지 않으면 쓴맛이 나니 주의할 것. 갈색으로 변하지 않은 올르브색 잎을 골라 밀폐된 용기에 보관한다. 월계수 열매는 기름을 짜내 술과 비누를 만들고, 잎은 잘게 썰어 목욕물에 넣고 타박상과 류머티즘 치료에도 쓴다. 쌀독에 넣으면 벌레를 예방할 수 있다. 그리스 로마에서는 영광을 상징했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참고자료 <잘 먹고 잘 사는 법-향신료>(이영미 지음, 김영사 펴냄), 오정미·스스무의 요리 세계(ofoodshop.com)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