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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1 20:26 수정 : 2006.01.26 12:59

지난해 이중섭 위작 파문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경매시장은 계속 최고 거래가 기록을 깨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사진은 서울옥션의 정기 경매 모습이다.

격동하는 한국 미술시장 (상) 덩치 커진 경매시장


한국 미술시장은 장기 불황의 바닥을 친 것일까. 미술동네는 2006년 시장 전망을 조심스럽게 낙관하는 분위기다. 경매사 약진과 젊은 작가들의 해외시장 공략, 기업 미술품 구입 여건 완화 등으로 주변 여건은 다소 나아졌다. 상품 생산자인 작가군의 물갈이도 진행 중이다. 반면 파는 값, 되사는 값이 다른 이중가격제에 얽매인 화랑가에서는 경매에 따른 거래 가격 현실화에 불안해한다. 냉혹한 생존 경쟁과 물갈이가 예상되는 미술시장과 화랑가의 속사정을 연속 기획으로 들춰본다.

이중가격제 적용 화랑들 위기 자초한 셈
증시 닮은 합리적 투자시장으로 재편 가능성

격동하는 한국 미술시장
지금 미술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경매다. 경매는 화랑에서 1차 발굴하고 등단시킨 작가의 작품을 다시 되파는 2차 유통시장을 말한다. 1998년 서울경매가 출범한 이후 2차 시장인 경매는 매년 평균 20%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경쟁사인 케이옥션이 출범하면서 이런 추세는 가속화할 조짐이다. 독점사였던 서울경매의 지난해 매출액은 112억원으로 100억원대를 돌파했고, 신생사인 케이옥션도 11월 첫 경매에서만 48억9천여만원을 팔았다.

ㅎ은행이 개략적으로 추산한 2004년 미술시장의 규모는 2800억원대. 해외 수입작품(950억원)과 공공미술품(450억원)을 뺀 화랑 개인간 직거래 규모는 400억원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두 경매사의 매출액 규모가 150억원을 넘기면서 화랑가 거래 규모의 절반 가까이 육박한 셈이다. 작품의 거래 정보와 가격대를 공개하는 경매시장이 외면할 수 없는 실체로 떠오른 셈이다.

경매, 매년 20%이상씩 성장

두 경매사는 지난해 국민화가 박수근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국내 경매 최고가 경신 경쟁을 벌였고, 케이옥션의 경우 첫 경매인데도 낙찰률이 74%나 됐다. 밀실 거래로 정확한 가격기준을 알 수 없는 화랑가 거래를 외면하고 판매 정보들이 공개되는 경매시장으로 컬렉터들이 몰리는 상황이다.

반면 이중가격제를 적용해온 화랑들은 궁지로 몰렸다. 강남의 한 화랑주는 연말 10년 전 작고 작가의 그림을 팔았던 한 컬렉터로부터 작품값을 보상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비슷한 시기 경매에서 10년 전 2000만원 이상 받고 판 이 작가의 비슷한 작품 값이 600만~700만원에 낙찰됐으니 그 차액을 보상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화랑주는 “작가, 유족과 합의한 가격이므로 책임질 수 없다고 답하지만 고객과는 원수가 된다”며 “이런 전화가 최근 비일비재하다”고 푸념했다. 다른 화랑주도 “경매 결과를 보고 사들인 작품 가격 보상을 요구하는 전화를 숱하게 받는다”며 “화랑의 거래가격대에 대한 신뢰가 통째로 흔들리는 상황이지만 냉가슴만 앓고있다”고 했다. 실제로 올 2월 회장 선거를 앞둔 화랑협회 소속 화랑들은 후보자들에게 경매사의 가격구조 재편과 관련한 대응책을 공약화하라고 요구하는 형편이다.

화랑시장과 유기적 역할분담 필요

전문가들은 이런 시장 판도 변화에 대해 일방적인 유통가격만을 고집해온 화랑들이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본다. 2000년대 들어 세계 경매시장이 다시 안정적 투자 대상으로 활황기에 접어들었고, 한국도 경제규모 확대에 따라 합리적인 컬렉터 층이 형성될 여건이 마련된 상황에서 미술시장 또한 투자 상황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는 주식시장 형식으로 재편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나아트센터나 현대화랑 등이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실질적 주주 구실을 하는 특수한 한국적 상황 또한 이런 시장상황을 앞서 예측한 대응책으로도 보인다. 케이옥션 김순응 대표는 “정부의 정책적 미술 지원과 해외 미술시장의 호황, 해외에서 각광받는 젊은 작가군의 등장으로 경매시장은 3~4년 뒤에는 시장 점유율이 화랑거래와 대등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여전히 갈등관계인 화랑시장과의 유기적인 역할 분담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경매시장의 활황은 역설적으로 대형 화랑들이 불황 타개를 위해 채택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지난해 서울옥션의 이중섭 위작 유통 논란을 계기로 통합 감정기구 수립과 경매 공개 정보 확대를 통해 경매사 가격 담합과 시장 구조 획일화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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