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북 창작물 47편 출판권 양도 합의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하 경문협)과 북쪽의 저작권사무국이 47편의 북쪽 창작물에 대한 출판권 양도에 합의함으로써 남북 저작권 교류는 한단계 질적인 발전을 하게 됐다.
그동안 남북 저작권 교류는 거의 없었을 뿐 아니라, 남쪽 출판사에서 북쪽의 허락 없이 ‘무단 출판’을 한 뒤 경우에 따라 사후적으로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남 경문협-북 사무국 ‘무단 출판’ 잡음 해소최명익 ‘서산대사’ 북 서사문학 대표작 꼽혀
인세 10%는 새판 찍을 때마다 먼저 주기로 물론 여기에는 물리적으로 북한과 접촉하기가 쉽지 않고, 북한이 저작권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한 것은 아주 최근이라는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저작권이 기본적으로 사적 소유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이 이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북한은 2001년 3월 저작권법을 제정해 공표하고, 2004년 6월 내각에 저작권사무국을 신설했다. 남쪽의 경우에도 90년대 초까지 북쪽 출판물의 유통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게다가 그 뒤로도 마땅한 ‘단일 창구’가 없다 보니 각 출판사들이 중국에 있는 중개인들을 통해 개별적으로 북쪽의 출판사나 저작권자들과 접촉했으나 ‘효력’을 둘러싸고 잡음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중국쪽 대리인을 통해 저작권을 체결하고서 남쪽에서 출판한 것으로 알려진 홍석중씨의 소설 <황진이>(대훈닷컴)에 대해 저작권자 홍씨는 남쪽 대리인을 통해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소송을 남쪽 법원에 제기하기도 했다. <황진이>의 저작권과 관련해 대훈닷컴은 최근 북한과 직접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쪽 저작물의 남쪽 내 저작권과 관련해 그나마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지난해 3월말 북쪽의 저작권사무국은 <임꺽정> <황진이> <고려사> 등의 책과 노래 <휘파람> <반갑습니다> 등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보상협의와 관리를 경문협에 위임했다. 또 저작권사무국은 “저작권자의 승인과 저작권사무국의 공증확인서가 없는 한 남측에서의 우리 저작권에 대한 이용은 저작권 침해로 된다”는 통지서를 통일부에 보내왔다. 통일부는 지난해 4월 저작권사무국의 통지서를 근거로 북한 저작물을 반입할 때는 반드시 북쪽 저작권의 승인서와 저작권사무국의 확인서를 제출하라는 안내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사계절, 자음과모음, 효리원, 도서출판 폄 등 4개 출판사가 지난해 5∼7월 사이에 경문협에 협상을 의뢰했으며, 이번에 저작권사무국의 공증확인서와 작가들의 서명을 받아낸 것이다. 이외에 문학과지성사는 이미 펴낸 북쪽 작가 최명익의 소설집 <비오는 길>에 대한 출판권한을 ‘사후적으로’ 승인받았다. 이번에 남쪽 출판사에서 저작권을 획득한 북쪽 출판물 가운데 최명익의 역사소설 <서산대사>는 북한 서사문학을 대표하는 수작으로 꼽힌다. 북한문학 전문가인 평론가 김재용(원광대 교수)씨는 “<서산대사>는 무엇보다 묘사가 뛰어난 소설”이라며 “최명익은 임진왜란을 다루면서 국가보다는 인민의 자발성을 부각시킴으로써 나름대로 북쪽 사회에 대한 알레고리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서산대사> 등의 저작권을 얻은 출판사 자음과모음의 강병철 대표는 “다음달 중순께 먼저 <서산대사>를 펴내고 이어서 한 달 정도 간격으로 <최무선>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 등 나머지 책을 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세와 관련해서는 책값의 10%를 지불하기로 했으나, 북쪽의 입장을 고려해 판을 찍을 때마다 ‘선 인세’를 주기로 합의했다. 경문협 이재상 사무처장은 “북쪽이 그동안 합의 뒤에도 지불받지 못한 저작권료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경문협은 북쪽과 음반제작, 영화인대회 등 다양한 공동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동호 경문협 문화협력위원장은 “출판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대상의 저작권 보호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며 “이번 출판권 양도 합의가 남북간 민간 문화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최재봉 문학전문기자, 이용인 기자 bong@hani.co.kr
‘동의보감’ 법정 분쟁은 진행형 남쪽 법원, 첫 저작권 사실조회 요청
북쪽 “출판권 넘긴 적 없다” 답변 북9쪽 출판물의 남쪽 내 저작권 분쟁과 관련해 남한 법원이 요청한 사실조회신청에 대해 북한의 저작권사무국이 답변서를 보냈다. 남쪽이 사실조회를 요청한 것도 처음이고, 북쪽이 답변을 해 온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북쪽에 사실조회신청까지 하게 된 계기는 지난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쪽의 여강출판사는 당시 북쪽의 과학백과사전출판사가 펴낸 <동의보감>을 출간한다. 그간의 재판 기록을 보면, 여강출판사는 중국에 거주하는 대리인 윤아무개씨를 통해 과학백과사전출판사로부터 남한 내 출판권을 얻어냈다고 한다. 그런데 남쪽의 법인문화사가 99년 12월 내용이나 구성면에서 거의 똑같은 책을 출간하자, 여강출판사가 저작권법 위반혐의로 법인문화사를 고소한다. 1심 법원인 서울지법 제12민사부는 2004년 1월 여강출판사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했으나, 분쟁은 항소심으로 이어졌다. 여강출판사는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법에 <동의보감>의 저작권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했으며, 이에 따라 서울고법이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을 통해 북쪽에 ‘송달’을 부탁한 것이다. 그러나 저작권사무국이 답변에서 “중국쪽 대리인이나 남측에 <동의보감>에 대한 출판권을 양도한 적이 없다”고 알려와, 저작권 논란은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답변이 분명하게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