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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8 21:49 수정 : 2006.01.19 13:26

장기 불황을 벗어나기 위해 화랑주와 경매사들은 금융권 등과 손잡고 시장 판로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진은 우리은행이 지난 10월4일 외국 경매사 소더비의 전문가를 초청해 마련한 미술품 투자 고객 강연회장의 모습이다. 서울옥션 제공

격동하는 한국 미술 시장 (중) 물갈이되는 작가와 컬렉터들


“일단 판부터 키워야 살죠.”

요즘 미술판 화상이나 경매사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지난해부터 미술시장에는 젊은 작가와 해외미술품, 새 투자자를 확보해 시장의 거래 규모를 키우려는 안간힘이 한창이다. 특히 40~60대 작가 중심의 밀실 거래에 안주해오다 경매사의 약진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화랑가는 뒤늦게 유망 청년작가 발굴과 마케팅, 해외 판로 개척에 사활을 걸고 이런 저런 합종연횡을 모색하느라 바쁘다.

화랑가 “판부터 키우자” 합종연횡 분주
메이저 화랑인 가나아트 센터는 지난 17일 경기도 양주시, 국내 30개 화랑과 손잡고 작가들의 공동작업실과 공동전시장, 조각공원, 공연이벤트 장으로 구성된 경기도 장흥 아트파크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안은 장흥면 일영리 옛 토탈 야외미술관 터와 부근 1만2천여평에 2008년까지 200여개의 공동아틀리에(작업실)를 조성하는 것이 뼈대다. 여러 갤러리들이 공동으로 젊은 발굴 작가를 유치하고, 관련 정보를 교환하면서 미술시장에 내보낼 우량 작가를 함께 키우자는 것이다. 파리 국제 예술공동체 씨떼 데 자르, 중국 베이징의 집단 창작촌인 다산쯔 798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한다. 가나아트 센터쪽이 밝힌 참여화랑 가운데는 ㅎ화랑, ㄱ화랑, ㅅ화랑 등 가나쪽과 관계가 소원했던 상당수 경쟁 화랑들이 언급되어 눈길을 모았다. 이호재 대표는 “화랑가의 급선무인 젊은 작가 발굴과 판매 마케팅 등의 현안을 저렴한 비용에 해결할 수 있어 화랑들이 참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거명된 화랑 관계자들은 사업 취지는 공감하나 가나아트 센터 주도가 아닌 범화랑계 차원의 추진방침을 내비쳐 다소 다른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ㄱ 화랑 관계자는 “공동 아틀리에는 화랑계 존립을 위해 긍정적 측면이 크다”면서도 “화랑협회 차원에서 사업의 문호를 더욱 넓히는 쪽으로 추진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진 상태”라고 전했다. 이와 별개로 ㄷ화랑, ㅂ화랑 등 일부 중견 화랑들도 젊은 작가 발굴 정보 등을 공유하는 정보터미널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하고 연말부터 자주 협의 모임을 열고 있다. 국제시장의 큰 손인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처럼 대안공간 루프와 손잡고 작가 마케팅의 일정부분을 협업하는 경우도 보인다. 이 화랑은 지난 연말 중국 베이징에 대규모 지점인 ‘아라리오 베이징’을 개설해 해외작가들과 국내 청년작가들의 공동작업 전시 판매공간을 확보하기도 했다.

화랑가가 1년 사이 청년작가군을 갑작스레 주목한 이유는 해외시장이란 변수와 연관되어 있다. 일부 화랑들이 2004년말부터 크리스티 등의 국제경매나 해외 미술품 장터인 아트페어 등에 국내 시장에 별로 유통되지 않았던 젊은 작가들 작품을 출품했다가 작품값이 뛰면서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2004년 연말과 지난해 5, 11월 열린 홍콩 크리스티의 경매에서 배준성, 김동유, 유승호, 최소영씨 등 20~30대 작가들의 작업들이 거의 대부분 팔렸고, 바젤 등의 아트페어에서도 상당수가 판매되는 강세를 보였다. 최근 호평받는 중국, 독일 등지 유망작가의 작품이 포함된 해외 예술품 수입도 지난해 1억달러선을 넘은 것으로 추산되어 불황타개의 요긴한 통로로 갈수록 각광 받는 추세다. 평론가 ㅇ씨는 “체계적인 작가 발굴, 장기적 전망 등을 감안해 젊은 작가의 가격대나 작품 품질 등이 관리되어야 하는데도, 국제 경매시장에서 단타 매매식의 수익 판매에만 집착하는 것은 또 다른 거품 현상을 부를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20~30대의 설익은 작가들을 국내 시장 검증을 거치면서 천천히 가격대를 올리는 식으로 작품 관리를 할 필요가 있는데, 국제 경매에 무작정 내놓을 경우 처음엔 가격이 오를지 몰라도 2~3년 뒤 가격이 급락해 작가 생명을 단축시키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작가 적극발굴 국외 판로개척 나서
금융권과 연계 컬렉터들 껴안기 시도도

금융권 등과 연계해 고액 소득자, 일반 투자자 등을 컬렉터층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고가 미술품을 여럿이 공동 투자해 사들이는 예술 계모임 형식의 아트펀드, 부유층 고객을 상대로 금융기관이 미술품 구입과 투자 요령 등을 자문하는 아트 뱅킹 등이 그것이다. 특히 아트펀드는 미술시장의 화상-작가-컬렉터의 삼각구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계와 언론의 관심사다. 하나은행, 우리은행, 미래에셋 등 금융권에서는 1~2년전부터 이미 전담준비팀을 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경매사 서울옥션, 케이옥션 등도 관련 사업을 사실상 공언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금융당국은 미술시장 가격구조나 감정구조의 투명성에 대해 판단이 더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술 시장 경기 전반의 회복세 여부가 전제조건이라는 점에서 아트펀드가 곧장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지는 미지수란 분석이 적지 않다. 호황이라는 서구 미술시장에서도 최근 2년간 예술품 경매수익이 80%이상 급등한 반면 신규 아트펀드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금조달이 지지부진해 부진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액 수탁 고객을 상대로 미술품 투자 자문 등을 화랑이나 경매사 등을 통해 해주는 아트 뱅킹도 주요 은행 등이 지난해 잇따라 경매사 등을 끼고 설명회 행사를 연바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강남의 한 화랑과 함께 주요 객장에서 작품 전시와 투자 상담 이벤트 등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최근 취향이 다변화한 30대 중후반의 386 세대가 컬렉터층에 새롭게 편입되면서 금융권과 화랑가는 젊은 작가층과 해외미술품을 선호하는 386컬렉터들의 취향변화를 마케팅에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가격구조가 시장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기형적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시장의 외형을 키워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 요즘 미술시장과 화랑가의 특징적 양상인 셈이다. 중견기획자 ㄱ씨는 “감상의 안목이나 인식이 일천한 국내상황에서 섣불리 금융권에 기대어 주식처럼 미술품 투자에 집중할 경우 90년대초 미술시장처럼 ‘묻지마’식 투기구매, 부화뇌동식 구매 따위의 부작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없지않다”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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