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27 17:00
수정 : 2006.01.27 17:00
이월 초하루 ‘바람신’ 강림
우리 전통 풍속을 계절별로 집대성하는 세시풍속사전 편찬사업의 두번째 결과물이 나왔다. 2002년부터 사업을 벌여온 국립민속박물관이 최근 발간한 <한국세시풍속사전> ‘봄편’과 ‘여름’편이다. 지난해 1월 발간된 ‘정월’편에 이어 나온 두 권은 권당 400쪽 안팎의 국배판이다. 시기별로 300~400개 표제어를 묶고, 권당 500~600장의 사진도판들을 곁들였다. 절기 행사가 집중된 봄, 여름 세시놀이와 농사, 날씨 등에 관련한 풍속사적 정보들을 미주알 고주알 쟁여 넣었다.
권당 100명 이상 집필…가을·겨울편 올 완간 목표
사전을 들춰보면 묻혔던 전통 풍속의 낯선 이름들과 속담, 의례, 토속 신앙 등을 대거 발굴한 점이 값지다. 예컨대 바람 신 영등할머니가 하늘서 내려온다는 음력 이월 초하루를 책에서 검색해보면 40여쪽에 걸쳐 무수한 별칭들이 줄줄이 나타난다. 바람 불면 안되는 날, 이월밥 해먹는 날, 영동할머니날, 콩볶아먹는날, 하리아드레날, 일꾼날, 여종날, 선머슴날 따위의 낯선 이름들이다. 절기의 상징에 얽힌 조상들의 풍부한 일상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농사에 유익한 장마를 ‘개똥 장마’라고 일컬었던 재치 있는 이름 짓기 사례들도 곳곳에 나온다. 함경도 북청의 부녀자 놀이인 돈돌날이, 강화 곶창굿 등 지역별 여러 절기 풍속들의 설명을 읽는 맛도 삼삼하다. 장수 갑옷이 들어있다는 농바우에 동앗줄을 매고 잡아당기면서 비 오기를 빈다는 충남 금산의 농바우 끄시기는 재미있고도 섬뜩한 풍속이다. 역모의 징조인 날개 비늘을 단 어린 자식을 질식시켜 죽인 한 부부의 슬프고 무서운 사연이 깃들어있는 까닭이다.
지난번 ‘정월’편처럼 두 권을 내는 데는 권당 모두 100명 이상의 인력이 참여했다. ‘봄’편의 경우 표제어 396항목에 대해 강동학 강릉대 교수 등 집필진 108명이 원고를 썼고, ‘여름’편도 421항목의 원고를 전문가 123명에게 집필 의뢰했다. 최종감수는 임동권 전 중앙대 교수와 장주근 전 경기대 교수가 맡았다. 국내 민속학 연구 자료의 소중한 보고가 될 이 사전 발간 프로젝트는 올 겨울까지 ‘가을’ ‘겨울’편과 부록·색인편 출간으로 작업을 끝맺음하는 것이 목표다. (02)3704-3226.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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