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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자수의 산수 풍경 등을 콜라주해 새롭게 구성한 써니킴의 아크릴 그림 <흐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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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작가 써니킴·한국화가 김은진 2인전
‘차용’은 2000년대 이후 젊은 미술인들 사이에서 가장 쓸모있는 작업 전략의 하나다. 대중문화 아이콘이나 전통 그림 등에서 이미지를 빌어와 전혀 다른 의미의 작업 소재로 쓰는 것은 진부하기까지한 유행이 되었다.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재미작가 써니킴과 한국화가 김은진씨의 2인전은 그 일례에 속한다. 차용의 전략을 문화적 정체성 혹은 자폐적 시선에서 변주하는 여성작가들의 근작 모음이다. 두 작가는 이민 1.5세대(써니킴), 유학생(김씨)출신이다. 현대미술의 본 무대 미국에서 작가적 정체성이나 이질적 일상을 체험한 그네들이다. 작품은 리트머스 시험지 같다. 젊은 미술인들의 차용 작업들이 어떤 전형으로 흘러가는지를 극단의 감각으로 대변하는 까닭이다. 이민·유학세대 정체성 찾기이미지 ‘차용’ 통해
내면에 숨은 고독·불안 변용 과거 인삼 등을 인간처럼 형상화했던 김씨의 눈은 2층에 걸린 근작들에서 옷의 독특한 상상력을 좇고있다. 그림 대부분이 옷이나 옷을 걸친 사람·동물 등을 한지 위에 그린 채색화다. 복, 귀, 수 등의 글자 새겨진 전통문양, 루이뷔통 같은 고급 패션 브랜드 무늬를 여러 옷, 심지어 개와 돼지 등의 살갗에도 등장시켰다. 작가는 자기 내면에 숨은 욕망, 고독, 증오 등의 감정을 선명한 원색의 옷 이미지들에다 표출한다. 그럼에도 옷 이미지들은 화려한 유행이나 멋이 아니라 불안감과 밀폐감, 정서적 파국 등으로 뒤덮여있다. 구관조 머리를 하고 식기 쟁반을 든 하녀 옷차림의 여자, 얼굴이 금간 성의 차림이나 이빨을 드러낸 성모 마리아의 그로테스크한 형상 등이 보인다. 두꺼운 잠수복을 입고 꽃머플러를 두른 해녀의 뒷모습, 철갑 해저복 속에 웅크린 작가의 자화상 같은 얼굴 등은 은둔하듯 그려온 작가의 유폐적 상상력을 켜켜이 드러낸다. 작가는 작업 노트에 “깊은 바다의 춥고 어두운 환경은 고독에 처한 환경과 비슷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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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개의 몸통에 가톨릭 성직자의 제례복을 입힌 김은진씨의 채색화 <개가죽과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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