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 뒤 이을 빅카드 기대해주세요"
지사 설립, 싱글 시장 공략 계획도 발표
서태지와 아이들의 양현석(36)이 설립한 YG엔터테인먼트가 1996년 '현기획'으로 출발한 이래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첫 작품인 힙합그룹 킵식스 실패 후 지누션, 세븐, 원타임, 휘성, 거미, 빅마마 등 힙합ㆍR&B 계열의 흑인음악 중심 집단(YG패밀리)을 구축한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양현석 이사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계획과 전략을 담은 구상지도인 'YG 로드맵(Road Map)'을 공개했다.
그는 해외 음악사업, 시장 변화에 발맞춘 음반제작 형태 변화, 2006년 공개할 신인을 소개하며 가수에서 음반 제작자로 선회한 10년의 소회를 밝혔다. "정말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그는 올 여름 YG패밀리 10주년 공연을 계획중이라고 한다.
◇미국ㆍ일본에 해외지사 설립
일본, 중국, 대만 등지서 활동한 세븐 외에 YG 소속 가수의 해외 진출은 미비한 상황. 양 이사는 "올해 상반기 안에 미국과 일본에 YG아메리카, YG재팬을 설립한다"면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고기가 있는 곳에 그물을 칠 것"이라고 운을 뗐다.
YG의 미국과 일본지사는 목표와 운영 방식에서 형태가 차별화된다. 미국에선 LA와 뉴욕 등지에 작곡가 및 프로듀서가 소속된 음반기획사를 설립, 현지 음반사와 '회사 대 회사'로 비즈니스를 펼칠 생각. 현지 음반 공연 관계자, 엔지니어, 댄서들과 지속적인 비즈니스로 교감해온 만큼 여기엔 YG의 미국 공연, 팝스타의 한국 공연(클럽 공연도 포함) 등 쌍방향 공연 프로젝트도 포함된다.
"지누션이 담당할 YG아메리카에는 미국인 직원을 채용해 현지 회사로 운영할 겁니다. 미국은 넵튠스(Neptunes) 같은 유명 프로듀서가 음반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수보다 프로듀서 중심 체계지요. 페리, 원타임의 테디 등 현지 음악계가 인정할 만한 실력을 갖췄고 영어권에서 자라 팝 트렌드에 밝은 작곡가와 프로듀서를 진출시키겠습니다."
일본 도쿄에 세울 YG재팬에선 현지에 적응 가능한 신인을 데뷔시킨다. 노래와 댄스 실력에 일본어 구사능력까지 갖춘 YG 소속 신인이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데뷔한다는 전략. 양 이사는 "세븐의 데뷔로 일본에서 YG가 잘 알려져 있어 YG재팬은 신인이 데뷔하는 전초 기지가 될 것"이라며 "작년 아시아권에서 YG 콘텐츠의 시장 경쟁력을 파악했으며 YG패밀리 아시아 투어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싱글 음반 시스템 가동
세븐을 통해 디지털 싱글 시장에 첫 포문을 연 YG는 아직 국내에선 활성화되지 않은 싱글 음반 시장에 본격 뛰어든다. 일본처럼 3~4개월 만에 새 싱글을 발표해 1년 내내 가수가 활동하는 방식이다.
양 이사는 "음악 팬의 취향이 바뀐 만큼 그 물결에 살아남을 배를 띄우겠다"며 음악 시장 변화에 따른 능동적인 시스템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형태가 MP3와 휴대폰으로 바뀌었어요. 환경 변화는 사람들의 음악을 듣는 취향을 바꿨습니다.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 서비스를 통한 청취는 한 가수의 음반보다 타이틀곡만 골라 듣게 만들었죠. 싱글에는 완성도가 높은 몇 곡만 수록해 소비 속도가 빠른 음악 팬들의 기호에 맞게 기동력을 갖출 것입니다."
보통 3~4곡이 담기는 싱글 음반 제작은 4~5년씩 걸리던 YG 신인의 데뷔, 1~2년 걸리던 기존 가수의 새 음반 발매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 주자는 3월 중순 싱글을 발표할 3인조 R&B 그룹 소울스타. 이밖에도 렉시, 태빈, 송백경&은주, 45RPM과 신인들이 후속 라인업을 이어간다. 이들은 1~2장의 싱글을 낸 후 정규 음반을 내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빅마마, 휘성, 세븐, 거미 등 음반 구매력을 갖춘 가수는 정규 음반으로 활동하는 방식을 유지한다.
◇세븐의 뒤 이을 2006년 카드
작년 YG는 휘성, 거미, 빅마마 등 기존 가수와 45RPM, 소울스타, 스토니 스컹크 등 언더그라운드 팀의 음반을 선보였다. 그러나 3년 전 세븐과 렉시처럼, 올해는 4~5년 이상 트레이닝시킨 신인들을 출격시킨다.
풍성한 가창력을 자랑하는 김지은, 지-드래곤(G-DRAGON)과 태권으로 구성된 그룹, 중학교 3학년 메이다니가 히든 카드다.
"YG는 연습생을 가르치기보다 제반 여건을 갖춰준 후 혼자 연습해 살아남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데뷔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요. 초등학교 6학년 때 들어온 지-드래곤은 지금 고등학교 3학년입니다. 지-드래곤과 태권이 속할 그룹은 멤버를 더 투입해 새로운 유형의 팀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양 이사가 가장 큰 기대를 거는 연습생은 메이다니. 몇 년 전 박진영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선발된 메이다니를 1년 전 영입해 트레이닝중인 그는 "어린 나이지만 폭발적인 가창력과 감정 전달이 혀를 내두를 정도고 춤 실력은 물론 일본어, 영어 실력까지 갖춰가고 있다"며 "'제2의 보아'를 떠올리겠지만 철저히 차별화된 가수니 기대해달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양 이사는 10년간 '워커홀릭(일중독)'처럼 일했다. 가수들이 자유롭게 설 수 있는 무대를 갖춘 힙합 클럽 NB와 할렘을 홍대앞ㆍ강남ㆍ압구정동 등지에 오픈, 오프라인 음반시장 불황 속에서 재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본인이 주말엔 직접 DJ로 나서 젊은이들과 음악 트렌드도 공유한다. 조만간 킵식스 리더였던 새영과 함께 캐나다에서 한국 음식점 체인도 문열 예정. 그는 "다른 비즈니스를 하는 것도 결국 좋아하는 음악을 평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서울=연합뉴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