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통하는 말과 마음으로 교감했어요"
최근에는 애완동물보다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더 자주 들을 수 있다. '반려동물'이란 말에는 동물이 단순한 사람의 장난감이 아닌 이제는 인생의 짝이 돼 평생을 함께 하는 반려자와 같은 존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점점 자기중심적이고 개인화되는 인간에게 동물은 인간 본연의 순수한 성정을 복원시켜 주는, 평생 더불어 사는 친구로 점점 인식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국내 최초로 사람과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휴먼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는 영화 '각설탕'(감독 이환경, 제작 싸이더스FNH)이 관심을 끈다. 각설탕은 말이 좋아하는 간식 중 하나로 말 '천둥이'와 여자 기수 김시은(임수정 분) 사이의 교감과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 16일 오후 과천경마장에서 '각설탕'의 여주인공 임수정을 만났다. 영하의 날씨에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체감온도가 영화 10도는 족히 됐을 이날 임수정은 얇은 기수 제복만을 입고 기수들의 가을 졸업식 장면을 찍고 있었다. 그는 "말이 아닌 마음과 마음의 교감만으로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처음으로 말과 함께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사람이 아닌 동물을 상대배우로 연기해야 하니 물론 힘든 점도 많았어요. 말이 안 통하니 의사소통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에 처음에는 막막하기도 했습니다."그는 "동물이기 때문에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밖에는 없었다"면서 "내 감정을 보여주고 인내심을 갖고 사랑을 주니까 나를 받아들이고 기억해 주더라"라며 환하게 웃었다. "천둥이가 저를 받아주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천둥이는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는 분들을 더 친근하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얼마나 그 간격을 따라갈 수 있을까가 관건이었죠. 촬영 때뿐만 아니라 자주 마방에 들러 천둥이 얼굴도 보고 '천둥아 잘 있었니'하며 말도 붙이고 제 체취도 맡게 했어요." 임수정은 "촬영 중반이 돼서야 천둥이가 자신을 알아봐줬다"고 했다. 동물과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임수정은 "촬영현장에서 천둥이의 돌발행동 때문에 저뿐 아니라 스태프들도 엄청 고생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촬영 중 천둥이의 뒷발에 차이기도 했고 손이 물리기도 했단다. 그래도 촬영 중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뭐 대수롭겠느냐"며 웃었다. 임수정이 김시은 역을 제의받은 것은 지난해 여름. 영화 '새드무비' 촬영 중 시나리오를 받고 "무척 재미있었고 말에 대한 호기심도 일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여자 기수 역을 연기하면서 항상 체중 조절 때문에 힘들어 하는 기수들의 현실을 알게 됐고, 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분들이 어느 누구보다 순수하다는 것을 알게 됐단다. '각설탕'은 현재 80% 가량 촬영을 마친 상태. 내달 초 촬영을 끝낸 뒤 후반작업을 거쳐 여름께 개봉될 예정이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 (과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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