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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3 16:52 수정 : 2005.02.13 16:52

“시원한 샘물같은 노래 한 바가지…”

작곡가이자 가수인 백창우의 빛깔은 다채롭다. 그가 지은 곡의 목록엔 임희숙의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부터 김광석의 <부치지 못한 편지>, 서정적인 멜로디로 1980~90년대 ‘운동권’의 가슴을 떨리게 만들었던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등이 폭넓게 펼쳐져 있다. 요즘 들어선 어린이 노래모임 ‘굴렁쇠 아이들’을 운영하며 동요 작곡가이자 공연 기획자, 가수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무지갯빛 음악세계를 일러 스스로 ‘개밥그릇’이라고 부른다. 어디서나 볼 수 있으며, 그 안에 무엇을 넣어도 그대로 담기는 게 꼭 ‘개밥그릇’ 그대로라는 것이다.

요즘 그가 주력하는 건 동요 작곡과 공연이다. 동요보다는 대중가요와 시엠 송에 더 익숙한 아이들에게 그의 노래는 시원하고 신선하다. 무엇보다 친근하다. ‘우리 아이들이 부를 만한 노래가 이렇게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해, 그는 벌써 20년째 아이들이 지은 시로 가사를 삼고, 노래를 만들어왔다.

그는 때때로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찾아, 아이들의 놀이를 관찰하고 메모한다. 그 아이들의 입말 그대로 노랫말이 나오고 그 아이들의 발성 그대로 가락이 만들어진다. 그는 “아이들은 아이들만이 쓰는 언어가 있고 생각이 있다”며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강아지가 출렁출렁 뛸 수도 있고, 개구리가 끼꿀끼꿀 울 수도 있는데, 어른들은 이런 것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노래는 그가 직접 차린 어린이 전문 음반사 ‘삽살개’를 통해 판과 테이프로 세상에 선보이고, ‘굴렁쇠 아이들’을 통해 무대에 올려진다. <좔좔좔> <수박장수> <술래잡기> 같은 동요들이 그렇게 생겨났다. 덕분에 아이들이 제 노래를 갖게 된 것은 물론이고, 부모 세대들까지 상큼한 추억에 젖어볼 수 있게 됐다.

그의 노래와 삶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이 14일 밤 11시35분 전파를 탄다. 한국방송 1텔레비전 <티브이 문화지대> ‘동요로 그리는 세상-노래꾼 백창우’다. 지난 달 5년만에 열렸던 백창우와 굴렁쇠 아이들의 공연모습에서 시작해 그가 노래를 만드는 과정과 삶의 여정을 함께 보여준다. 오필훈 <티브이 문화지대> 프로듀서는 “좋은 노래가 사라져가는 안타까움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한쪽에선 이런 좋은 노래가 만들어져 불려왔다”며 “그의 노력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번 내용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달고 단 이미지가 판치는 텔레비전에서 모처럼 맑고 시원한 샘물 한 바가지를 길어올릴 기회가 될 것 같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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