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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22 18:18 수정 : 2006.02.22 18:18

박현정의TV 속으로

정치를 뺀 시대극이 과연 가능한가? 최근 방영되는 시대극들 중 스케일과 화제성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이 에스비에스 <사랑과 야망>과 한국방송 1텔레비전의 <서울1945>다.

두 드라마의 제작진은 모두, 드라마가 정치적 시각으로 보여지는 것에 대한 다소 부담을 느끼는 듯했고, ‘정치적 사건을 다루지 않겠다’거나 ‘이데올로기적 시각이 아닌 인간적 시각으로 그려내겠다’는 언급을 함으로써 선을 그었다. 물론 드라마는 당연히 인물을 인간적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 이데올로기적 시각으로 바라보며 드라마를 만든다면 그것은 교조적 목적을 가진 계몽드라마거나 사상홍보 프로그램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정치적 사건은 다루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시대를 제대로 그려낸다면 정치는 고스란히 들어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시대의 정치적 상황은, 그 시대의 틀을 만드는 중요한 한 부분이며 시대정신을 형성하는 일부분이다. 이것은 반드시 정권을 누가 잡았느냐 하는 좁은 의미의 정치가 아니라, 성 정치일 수도 있고 문화 정치일 수도 있다.

사람의 머릿속은 그 시대의 제도와 관습과 인식에 지배되고, 그렇기 때문에 그 시대인들의 삶과 현실은 당연히 그 시대의 영향을 받는다.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자는 넘으려는 자대로, 그 안에 순응하려는 자는 순응하는 자대로. 그렇기 때문에 그 시대의 인물을 그저 그 인물만이라도 진지하게, 제대로, 꼼꼼하게 그려낸다면 그 인물 속에는 당연히 시대가 녹아 있어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시대가 배경이고 소품이며 사건을 일으키는 장치여서는 곤란하다는 뜻이다. 그저 그 시대를 배경으로, 그 사람은 이랬고 저 사람은 저랬다, 저 시대는 전쟁통의 격변기라 연애하기가 저렇게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굳이 그 큰 세트를 짓고 의상과 미술팀을 동원해 시대극을 만들 필요가 있는가?

최근 <서울 1945>의 시청률 상승에 대한 분석기사에는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이 아닌 인물들 간의 관계나 러브스토리에 더 중점을 둔 것이 재미를 던져 주고 있다. 앞으로 류수영을 두고 한은정과 소유진의 삼각관계 라인이 기대된다’는 시청자의 평이 인용되어 있다. 분석 자체는 정확할지라도, 향후 시대극이 흘러가는 방향을 놓고 본다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그리 멀지도 않은, 불과 몇 십 년 전, 밝혀내거나 용서해야 할 일들이 그냥 묻혀버린 채 과제로 남은 시대가 그저 드라마의 단순배경이 되어도 괜찮은 것일까?

그런 점에서 KBS <황금사과>는 돋보인다. 그 시대의 인물들을 그저 인물로서 그려내고 있음에도, 그 시대에 벌어졌던 잘못들, 부당하고 왜곡되었던 것들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바라본다. 비록 누구 하나의 잘못은 아니라 할지라도, 적어도 그 시대로부터 비롯된 지금, 우리의 ‘현실’들에 대해서 말이다. 시대극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박현정/드라마몹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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