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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4 16:47 수정 : 2005.02.14 16:47

20대 유명 남자 배우들이 브라운관에서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연예계를 떠들석하게 했던 이른바 ‘병풍’ 사태 뒤로 불거진 현상이다. 병역의무 이행이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면서, 나이가 찬 남자 배우들이 줄줄이 군에 입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병풍’ 당사자였던 송승헌, 한재석, 장혁이 머리를 깎고 훈련소에 입소한 데 이어 박정철, 윤계상, 홍경인, 김인권 등도 훈련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올해 들어선 입대 행렬이 더욱 길고 화려해지고 있다. 지난해 <발리에서 생긴 일>과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상반기와 하반기 안방극장을 평졍했던 소지섭과 <4월의 키스>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의 이정진이 28일 입소한다. 원빈과 지성, 연정훈 등도 올해 안에 민간인 신분을 벗어날 예정이다. 이들만이 아니다. 미국 영주권을 포기한 에릭과 <남자가 사랑할 때>의 고수, <단팥빵>의 박광현, <네멋대로 해라>의 양동근 등도 병역 의무가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20대 남자 배우들의 잇단 입대는 무엇보다 안방극장의 핵심 콘텐츠인 드라마 제작 지형도에 거대한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이미 몇몇 드라마들은 내정했던 드라마 배역을 바꾸는 등 충격파를 맞고 있다. <쾌걸 춘향>의 경우 애초 이몽룡 역에 윤계상을 내정했다가, 갑작스런 군 입대로 재희를 대타 기용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의 속편도 기획됐지만, 소지섭의 훈련소행으로 급히 진로를 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병풍’ 때도 <슬픈 연가>(송승헌→연정훈), <해신>(한재석→송일국) 등이 제작 단계에서 주연 연기자 교체의 난항을 겪어야 했다. 요즘 드라마 제작진들로선, 예전 “오! 동렬이도 가고, 종범이도 가고…”라며 한숨짓던 김응용 감독의 탄식이 저절로 떠올려질 법도 하다.

그렇지만, 20대 남자 배우 ‘기근’ 현상이 꼭 안방극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드라마의 다양성을 심화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변화의 방향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새로운 신인 발굴과 조련이다. 지금의 스타들도 처음엔 신인으로 출발했다. 적극적으로 새 얼굴을 찾아 다듬는 노력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는 물론 피디가 주로 해야 할 몫이다. 스타와 연예기획사 중심으로 흘러가는 드라마 제작구도에서 피디의 발언권을 높여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드라마의 폭을 넓히는 것 또한 대안의 하나다. 20대 배우의 스타성에 주로 의존하는 트렌디 드라마의 틀에서 벗어나 연기력이 검증된 30대 이상 배우들을 과감히 기용하는 정통극의 다양한 장르들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6일 시작하는 에스비에스 새 수목 미니시리즈 <홍콩 익스프레스>의 경우 애초 20대 남자 배우들을 염두에 두고 기획을 했지만, 제작 단계에서 30대 조재현과 차인표로 바꿨다. 드라마 성격을 정통멜로로 잡으면서 20대 ‘꽃미남’보다는 연기력이 뒷받침된 30대가 더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남자 배우 기근 사태를 재앙이 아닌 새로운 변화의 기회로 삼기 위한 도전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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