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06 22:46
수정 : 2006.03.06 22:46
죄의식 없는 ‘전쟁사업꾼’ 종합 분석 돋보여
‘전쟁 서비스업.’ 아니, 전쟁을 서비스하는 사업이 있다니! 하지만 한 나라의 군대를 대신해 전쟁을 치러주고 쿠데타까지 일으켜 주는 이 기괴한 사업은 이제 거대한 산업이 됐다.
아이티(IT) 산업을 능가하는 신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전쟁 서비스업의 실태를 지난 4, 5일 저녁 8시 2차례에 걸쳐
이 폭로했다. ‘전쟁을 생산한다-민간군사기업’(연출 전우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다큐멘터리는 그동안 단편적으로 보도돼 온 용병과 민간군사기업의 실체에 대해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종합적 분석을 시도한 점이 돋보였다.
4일 방송된 1편 ‘민간전투병’ 편은 민간군사기업의 역사와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자세히 소개했다. 용병기업은 1990년대 초 아파르트헤이트 정권 몰락 이후 일자리를 잃은 남아공의 특수부대원과 경찰 출신들이 주축이 돼 처음으로 탄생했다. 제작진은 남아공의 수많은 용병기업들이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내전에 관여해 왔음을 자세히 보여 주었다. 이뿐 아니라 러시아, 미국 등의 민간군사기업들이 세계 각국에서 정규군과 함께 전투에 참여하거나 분쟁에 개입하고 군대 훈련·컨설팅 등을 해주고 있는 사실을 폭로했다.
특히 1편에서는 이라크에서 집단경호 업무를 맡고 있는 남아공 출신의 민간 전투병이 차량 호송업무 중 저항세력들에게서 공격받는 생생한 현장을 담은 동영상도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5일 방영된 2편 ‘전쟁 비즈니스의 시대’에서는 민간군사기업들의 활동 배후에 석유 등 지하자원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취재팀은 대표적인 사례로 2004년 3월 일어난 적도기니 쿠데타에 주목했다. 취재팀은 6개월 이상의 끈기있는 노력 끝에 세계 언론사 최초로 이 쿠데타를 사전에 적발한 짐바브웨 정부의 허가를 받아 쿠데타의 실체를 취재했다. 짐바브웨 법무장관과 쿠데타 가담자 등을 인터뷰해 적도기니의 석유를 장악하려던 서방의 자본이 용병의 힘을 빌려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음을 직접 확인한 것.
제작진은 또 미군의 경우 한 해 170억달러, 즉 우리돈 17조원을 케이비아르(KBR)란 민간군사기업에 지출하고 있지만, 해당기업은 전쟁범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군사분야의 민영화가, 전쟁이라는 특수상황 속에서 검증받지 못한 채 거대한 공룡이 되고 있음을 우려했다.
이 다큐를 만든 전우성 피디는 민간군사기업의 존재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물어 보자 “케이비아르가 지난해 한국지사를 설립한 만큼 우리에게도 민간군사기업과의 접점이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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