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샘플링을 표절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아"
"앞으로 샘플링은 안할 겁니다. 대중의 무관심으로 인한 오해도 있기 때문이지요. 샘플링 여부를 식별하고 싶으면 음반을 사서 재킷에 샘플링이라 기재됐는지 확인하면 되는데 (카피라고) 의심부터 하거든요." 가수 싸이(29)가 샘플링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샘플링은 기존 팝, 클래식 음반의 연주 음원을 따서 쓰는 음악기법으로 원저작자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음반 재킷에 샘플링이라 밝히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싸이가 샘플링한 곡으론 팝송 '비너스(Venus)'를 차용한 '새'와 영화 '비벌리힐즈캅' 주제가인 '액셀 F(Axel F)'에서 따온 '챔피언'이 있다. 두 곡 모두 음반 발매 당시 샘플링임을 표기했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수록했다. 그러나 최근 '새'는 마치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사용된 것처럼 일부 언론에 보도돼 싸이는 오해임을 분명히 했다. "당시 '새'는 수소문을 해서 '비너스'의 저작권 대행사를 찾았는데 부도로 회사가 없어져 저작권료를 지불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음반에 샘플링임을 먼저 기재했고 이후 대행사가 다시 생겨 바로 저작권료를 지불했습니다. 인터뷰에서도 샘플링했다는 사실을 밝혔지요. '챔피언'에 쓴 '액셀 F'는 제작 당시 원저작자의 동의하에 대가를 지불한 후 사용했고요." 그는 '무관심에서 비롯된 오해'로 '챔피언'을 예로 들었다. "챔피언'을 4년간 부르고 있는데 지금도 인터넷에 '액셀 F와 비슷하다'는 의혹섞인 글이 올라옵니다. 사람들이 샘플링을 (카피로) 오해하는 데는 음반을 안 사는 것도 한몫합니다. 이를 식별하고 싶으면 음반 재킷에 샘플링 기재 여부를 확인하면 되거든요. 물론 샘플링 기재도 하지 않고 발각된 후 그제야 샘플링을 인정하는 건 문제죠. 저도 이런 창작자에 대해선 '안티'입니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그는 샘플링은 앞으로 하지 않을 생각이란다.이효리의 표절 논란으로 인한 우리 대중음악계 창작자의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미 오선지 안에서 나올 수 있는 음악 코드는 모두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외국 음악의 코드를 따오려면 멜로디와 편곡을 새로이 창작해야지요. 코드, 멜로디, 편곡까지 모두 비슷하니 문제가 되는 겁니다. 창작은 모방에서 시작되지만 거기서 자신의 역량으로 변화와 변환을 이뤄야 제대로 된 창작자라 할 수 있지요." 또 "일부 특정 작곡가들이 표절 시비에 자주 휘말리는 이유는 다작 때문"이라며 "의도한 표절도 있지만 한 작곡가가 다작을 할 경우 의도와 상관 없이 머리 속에 저장된 음악이 녹아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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