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03 20:39
수정 : 2006.05.0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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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애니맥스〉에서 방송되는〈오늘부터 마왕〉녹음 현장. 왼쪽부터 성우 오인성, 채의진, 안용욱, 김승준, 강수진, 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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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아로 미소년으로 변신 또 변신
한국 창작 애니 묘미 커 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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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급 성우 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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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방송 애니메이션 전문채널 투니버스, 챔프, 애니원TV가 두루 내보낸 〈이누야샤〉는 인간과 요괴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 이누야샤의 모험을 그려 큰 인기를 누렸다. 주인공을 맡은 성우가 강수진(41)이다. 그는 〈소년탐정 김전일〉, 〈원피스〉 등에서 열정적이면서도 단순한 미소년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외화에선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목소리는 대체로 그의 것이었다.
팬클럽 사이트를 둘러보면 특히 그의 미성에 웃음기 밴 연기를 좋아한다는 의견이 잇따른다. “일본 애니메이션인 〈방가방가 햄토리〉에서 ‘아따아따’라는 감초 역을 맡았어요. 썰렁한 농담으로 재미를 보태는 구실이었는데 구수한 사투리를 녹여 넣었죠. ‘명탐정 코난’의 남도일은 심각한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추리물이라 분위기도 어둠침침해서 더 웃겨보려 했죠. 즉흥 대사를 많이 치는데 그 때문에 질책받기도 하죠.” 애니메이션만 200편 넘게 작업한 그가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는 이누야샤다. “끊임없는 아이디어에 매료됐어요. 이누야샤는 인간과 요괴 모두로부터 따돌림당해요. 천둥벌거숭이 같으면서도 내면에 우울함과 반항심이 흐르도록 노력했어요.”
힘이 들어 더욱 애착이 가는 건 한국 창작 애니메이션 작업이다. 틀이 정해져 있는 더빙과 달리 완벽한 목소리 창작의 묘미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림에다 영혼을 넣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특히 투니버스에서 13편 시리즈로 만들었던 〈라젠카〉를 잊지 못한다. “15~20살 대상으로 한 수준 높은 애니메이션이었어요. 공도 많이 들였죠. 개인별로 따로 녹음해 디지털 믹싱했죠. 과장하지 않고 실감 나게 연기했어요.”
지금은 간판급 성우이지만 그가 원래 꿈꾼 것은 연출이었다. “실기를 알아야겠기에 카메라 작동이며 연기며 다 해봤어요. 그런데 피디가 되려면 실기보다 학력이 더 중요하더라고요. 성우 시험이 있기에 한번 쳐본 게 덜컥 됐어요.” 1988년 한국방송에서 성우로 첫발을 디뎠다. 라디오 드라마에서 남자 1·2 따위를 하다 운 좋게 〈란마 1/2〉과 〈알라딘〉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다.
그는 지금 성우의 상황을 ‘혼돈기’라고 말했다. “한국 영화에 동시녹음이 도입되고 외화 방영 편수가 줄면서 성우의 시대는 끝났다는 이야기가 많았죠. 암담할 때 애니메이션으로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젠 목소리 좋은 것만 가지고는 안 먹혀요. 연기력과 개성이 있어야죠.” 그는 유명 배우들이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목소리를 맡는 데 대해선 “마케팅 차원에서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인지도만 이용하려다간 작품을 망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기획 단계부터 배우 이미지를 생각해요. 또 스케치 콘티만 두고 녹음을 먼저 한 뒤 그림을 맞추기도 하니 딱딱 안 맞을 수가 없죠.”
글·사진 김소민 기자
‘오늘부터 마왕’ 녹음 현장
2~3가지 역할 ‘척척’ 성대가 대체 몇개야?
지난 1일 애니메이션 〈오늘부터 마왕〉 녹음실에는 간판급 성우 13명이 모였다. 3시간 동안 4회치를 줄줄이 녹음할 참이다. 4월 말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에서 첫 방송을 내보낸 일본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애니맥스의 기대작이다. 평범한 고등학생이면서 어느 날 갑자기 진마국의 마왕이 되는 유리 역의 강수진은 특유의 비음을 섞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를 살렸다. 그의 건실한 호위병을 맡은 오인성(콘라드)은 이 만화에서 유일하게 진중한 목소리를 낸다. 유리의 약혼자 볼프람 역의 김승준은 미소년에 어울리는 중성적인 소리를 만들었다. 주인공이 아니면 2~3가지 역은 기본이다. 게겐휘버 역의 안용욱은 목소리를 바꿔가며 건달1, 의사, 코알라 등 이날 5개 역을 소화했다. 고수들이라 녹음은 일사천리다. 미리 대본과 화면을 머릿속에 넣어둔 덕도 크다.
〈애니맥스〉의 구매담당인 김정현 대리는 “프로그램 수가 많아 성우들이 여러 주요 역을 겹쳐 출연하지 않도록 신경 썼다”고 말했다. 김종호 피디는 “일본에는 매니지먼트 회사 120곳에 성우가 2천여명 있어 선택의 폭이 넓지만 한국엔 협회에 가입해 있는 성우가 680여명, 이 가운데 실제로 일하는 사람은 300여명, 그 가운데서도 애니메이션을 소화할 만큼 앳된 목소리를 지닌 사람은 100여명 정도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목소리를 새로 입히는 것도 창작 작업이다. 무조건 원본과 비슷한 목소리를 찾지는 않는다. 〈개구리 중사 케로로〉를 연출한 〈투니버스〉의 석종석 피디는 “일본 성우 목소리가 들어간 애니메이션보다 만화책을 먼저 보고 캐릭터를 분석했다”며 “〈…케로로〉 때는 오디션을 보고 케로로 등 주요 배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캐릭터별로 섭외 1순위인 대표 성우들을 꼽을 수 있다. 미소년 역은 고운 미성을 들려주는 엄상현·김승준·전광주, 개구쟁이엔 ‘짱구’와 ‘드래곤볼’에 출연한 박영남, 소녀 캐릭터엔 정미숙·이선·문선희 등이다. 애니메이션 채널 〈챔프〉의 김정규 피디는 “일본 애니메이션에는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등장할 때가 많은데 예를 들어 중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역일 땐 제격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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