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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4 19:08 수정 : 2006.05.24 20:43

이야기TV

성형수술 해 주는 프로그램을 넋 놓고 볼 때가 있다. 동아티브이 〈도전 신데렐라-미국편〉이 그렇다. 못생긴 코, 늘어진 뱃살, 자글자글한 주름 탓에 인생이 재미없는 사람들을 한 편당 3~4명씩 골라 외모를 뜯어고쳐준다. 5분이 멀다 하고 리모컨을 눌러대는데 이 프로그램만큼은 끝을 보게 된다. 어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고 싶고, 무엇보다 그들의 욕망이 내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배반하는 꼴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약삭빠르다. 외모지상주의에 기대 시청률을 올려 실속은 챙기면서도 책임은 현실에 떠넘길 수 있으니 말이다. 이성은 준엄하게 비판한다. 그런데 사회적 가면을 벗어던진 공간, 텔레비전 앞에 앉자마자 “저 사람은 늘어진 볼 살이 문제군”이라며 고칠 부위를 짚어내기까지 한다. “귀족이 되고 싶으세요”라는 카피를 달고 백인 미인 사진과 함께 버스에 붙어 있는 노골적인 성형외과 광고에 욕을 해대면서도, 마음속에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나를 텔레비전 앞에서 재발견하게 된다. 씁쓸한 일이다.

욕하면서도 보는 사람이 나 말고도 꽤 많은가 보다. 미국편의 형식을 그대로 따온 한국판 〈도전 신데렐라〉는 2003년 11월 첫 방송 때부터 따가운 비판을 한몸에 받았다. 그런데 시청률이 떨어지지 않고 동아티브이의 간판 프로로 자리를 굳혔다. 3주년 특집 방송으로 3명을 뽑아 미국으로 원정 성형 수술을 보내는데, 이달 중순 마감까지 신청자가 2천여명이 몰렸다고 제작진은 밝혔다. 김현아 피디는 “케이블 채널에선 희귀하게 오래가는 프로그램”이라며 “도전 신데렐라에 신청했던 사람들의 모임인 인터넷 카페 회원수가 4만6천여명”이라고 말했다. 새끼도 쳤다. 케이엠티브이 〈헬프미〉나 동아티브이의 〈스타메이커〉도 성형을 해주는 건 똑같다. 〈스타메이커〉 이경선 피디는 “경쟁률이 500 대 1”이라며 “스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성형을 하는데 이를 감추지 않고 드러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욕망은 결핍이 만들어 낸다. 이런 프로그램이 성업 중인 건 그만큼 못생긴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감수해야 할 결핍이 크다는 방증이다. “신청자 대부분은 여성이다. 외모 열등감 탓에 집밖으로 몇 해나 안 나간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 취직 면접시험 등에서 ‘언제부터 살이 쪘냐’는 따위의 질문에 상처 받은 경험이 있다.”(김현아 피디)

〈도전 신데렐라-미국편〉의 클라이맥스에서 성형을 끝내고 꽃단장을 한 신청자들은 가족이나 친구들 앞에 선다. 얼싸안고 울며 희망찬 미래를 축하한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비록 옳지 않더라도 세상의 논리에 투항하고 싶어져 버린다. 하지만 질문은 남는다. 욕망이 넘쳐야 장사가 되고, 자족하는 사람은 쉽게 지배할 수 없으니,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 행복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듯싶다. 그래서 한가인의 코, 옥주현의 다리, 인터넷 화면을 보며 멍하게 계속 클릭해 들어가는 나를 멈출 수 없으면서도 “그냥 못생긴 사람들끼리 서로 반해주며 살면 안 되나, 그렇게 좀 내버려두면 안 되나” 하는 생각에 서글퍼진다.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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