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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성장한 20대 청년 셋
‘외계인’ 같은 언행불일치 웃음
“색다른 개그 해보고 싶었어요”
장안의 화제 ‘웃찾사’
도대체 이게 무슨 개그인가? 맥락이 없다. 말장난도 아니다. 그렇다고 몸으로만 웃기지도 않는다.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아무 때나 웃게 된다. 에스비에스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언행일치’다. 지난달 20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 정체불명 외계인 같은 꼭지가 인기 오르막길을 비행 중이다.
어처구니없는 시간 지연으로 담아뒀던 웃음의 물꼬를 튼다. 아버지(이용진·21·가운데)는 “스와 스와 나나” 따위의 이상한 소리를 내며 괴상한 춤을 한참 추다 “닭 시켜 먹을까”라고 말한다. 딸 같아 보이지 않는 딸(이진호·20·오른쪽)이 “호이 호이 훽훽”거리며 팔짝팔짝 뛰다 답한다. “난 양념(통닭).” 엄마(남명근·21·왼쪽)는 “후렉 후렉 후뤠렉”하며 닭춤 끝에 “학교에서 뭐 했니”라고 일상적인 대사를 풀어놓는다.
행동과 말의 ‘불일치’도 관객을 옭아매는 도구다. 딸은 책을 마구 찢으며 “앞으로 공붓벌레가 될게요”라고 다짐한다. 아버지는 엄마에게 장미꽃을 바치며 “우리 맞장 뜰까”라고 싸움을 건다. 엄마는 딸을 패며 “금쪽같은 내 새끼”라고 다독인다.
무슨 배짱일까? “저희는 원래 이상한 데서 웃어요. 떠들고 장난치다 ‘이런 걸로도 웃음이 나오는구나, 말이랑 행동이랑 다르게 가면 어떨까’ 해서 만들게 된 거예요.”(이진호) “보통 개그는 자신이나 남을 비하하죠. 수학처럼 개그에 공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다른 걸 해보고 싶었어요. 그게 저희 고집이에요.”(이용진) 이용진의 춤은 아버지가 술 마셨을 때 하는 몸짓에서 따왔다. 남명근은 어머니가 닭 모이 주는 모습을 따라했다. 이진호는 그냥 마음대로 움직인다. 방송에서 보여주기 전에 일단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 올렸는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웃긴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어디서 이런 이상한 친구들이 튀어나온 걸까? 세 명은 쿵짝이 잘 맞는다. 이진호와 이용진은 경기도 화성시 석포4리와 가재4리 동네 형·동생 사이다. 이진호는 “전교에서 두 번째로 공부 못하는 애를 안심하게 해준 전교 꼴등 사고뭉치였다”고 한다. 그래도 웃기는 재주는 탁월해 기죽는 법은 없었다. 중학생 때 개그맨이 되기로 결심했다. 19살에 이용진과 함께 개그맨 지망생들이 모이는 서울 대학로 소극장 박승대홀로 찾아가 침낭 깔고 자며 청소부터 했다.
이용진의 20여년도 파란만장하다. 집이 망하는 바람에 18살 때 전기와 수도가 끊긴 산속 빈집에서 혼자 살아야 했단다. “어린 나이에 장기 팔 생각까지 했어요.” 태풍 불고 폭염 쏟아질 때마다 피잣집 배달 아르바이트를 이진호에게 떠넘기며 우정을 쌓았다. 박승대홀에서 만난 남명근과 이들을 연결하는 건 가난에 대한 기억이다. ‘너도 그때 그 반찬만 줄기차게 싸왔냐’ 따위 이야기 하다 한 팀이 됐다. “홀어머니가 몸이 아프셨어요. 정부 보조금으로 살았죠. 공부도 잘 못했어요. 그래도 신은 한 가지 재능은 주더라고요.”
재주를 타고나긴 했다.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 선 지 채 1년이 못 돼 방송으로 판을 넓혔다. 지난해 〈웃음을 찾는 사람들〉 ‘왜 이래’ 짧은 꼭지에서 4~5개 웃기는 상황을 쉴새 없이 구겨 넣었다.
사고뭉치들이 동네 자랑이 됐으니 이들은 요즘 기분이 좋다. “석포4리에 개그맨 나왔다고 플래카드도 걸렸는걸요.”(이진호) “저를 대하는 사람들도 태도가 확 바뀌었어요.”(남명근) 개그맨 수명이 아무리 짧다지만 별걱정 안 한다고 한다. “안 웃기면 그만 하면 되죠. 윷놀이판의 모 아니면 도예요. 이미 어려운 시절은 겪어봤는 걸요. 무섭지 않아요.” 글·사진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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