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02 11:09
수정 : 2006.06.0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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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유발자들’의 카사노바 성악가 교수 역에 분한 단국대 실용음악과 교수 이병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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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구타유발자들'에서 엉큼한 교수로 열연
실제로 뮤지컬 담당 교수로도 활동
영화 '구타유발자들'(감독 원신연ㆍ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에는 한석규ㆍ이문식ㆍ오달수ㆍ차예련 등 낯익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그런데 이들 중 유독 낯선 배우가 한 명 눈에 띈다. 바람기 많은 음대 교수 영선 역의 이병준(42)이다.
영선은 뮤지컬 오디션 현장에서 만난 제자 인정(차예련)에게 수작을 걸 속셈으로 드라이브를 제안한 뒤 한적한 시골 강가에서 인정을 성추행하려다 시골 폭력배의 삼겹살 파티에 말려드는 인물.
교수라는 지위에 흰색 벤츠승용차를 탈 만큼 부(富)도 갖췄지만 제자까지 넘보는 바람둥이로 영화 속 상류층의 위선을 대변하는 역할이다. 그는 꼬불거리는 파마머리에 느끼한 눈빛, 어머어마한 거구가 무색한 비겁함으로 시종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그의 연기에 대해 연출자 원신연 감독은 "극중 배역을 가장 잘 소화한 배우 중 한 명"으로 꼽았고, 모 영화전문지는 그에 대해 "'구타유발자들'의 최고의 발견"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연기를 잘할 수 있었던 이유로 비슷한 경험을 꼽았다. 이병준은 실제로 대학에서 뮤지컬을 가르치는 교수다. 백제예술대에서는 2004년 가을부터, 단국대에서는 올 초부터 뮤지컬 담당 교수로 일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뮤지컬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역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도 서고 있고요. 노래를 가르치는 일이 실제 생활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영화 초반 차예련 씨와 오페라 '마술피리'의 아리아를 함께 부르는 대목이 있었는데 뮤지컬 발성도 성악 발성과 큰 차이가 없어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이병준은 1990년 서울예술단에 입단하면서 뮤지컬과 인연을 맺었다. 그동안 '명성황후' '시카고' '아가씨와 건달들' '유린타운' '한여름밤의 꿈' 등의 작품에 조연으로 무대에 섰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 무대에 서기도 했다고.
이병준에게 이번 배역은 '몸에 꼭 맞는 옷'과 같은 것이었다.
한적한 시골 강가를 무대로 거의 공간의 변화없이 찍은 영화는 연극을 연상케 한다. 원 감독 역시 "연극적 기법으로 영화를 촬영했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처럼 편하게 연기했다"는 이병준의 말에서도 영선 역이 그에게 적역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병준은 이번 역할과 관련 웃지 못할 변화를 소개했다. 바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방법에 큰 변화가 생긴 것.
"뮤지컬을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의 몸을 만질 때가 많습니다. 발성이 잘 되는지를 알아보려고 배 부분을 만져야 하기도 하고, 키스하는 포즈를 보여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받은 후부터는 여학생의 몸을 만질 수가 없더라고요. 교습을 위한 것인데 극중 영선처럼 비칠까 봐 엄두가 나질 않아요. 요즘은 키스장면 시연도 남학생을 붙잡고 하고 있습니다."(웃음)
그는 "영화를 찍으면서 영화의 매력에 푹 빠졌다"면서 "영화에 치이며 살고 싶다"는 바람을 말하기도 했다.
영화 '구타유발자들'은 지난달 31일부터 상영 중이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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