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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11 10:21 수정 : 2006.06.11 10:55

TV 드라마에서 다루는 역사적 사건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어차피 드라마는 허구를 바탕으로 한 픽션이기 때문에 그냥 시청하고 넘기면 그만일까. 아니면 논쟁이 될 만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사실(史實)왜곡' 차원에서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까.

시대극을 둘러싼 논란이 또 불거지고 있다. KBS1에서 방송하고 있는 드라마 '서울 1945'가 그 대상.

해방 격동기를 배경으로 좌우익 젊은이의 사랑을 다룬다는 이 드라마에 대해 북핵저지시민연대 등의 단체로 구성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애국단체 모임'은 "드라마가 이승만 전 대통령 등 건국세력에 대한 비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종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9일 열린 기자회견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인수 박사와 장택상 전 총리의 딸 장병혜 박사도 참석했다.

이 모임은 여운형 암살 사건의 배후에 장택상 당시 수도경찰청장이 있었는 것처럼 암시된 장면, 친일 귀족의 딸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수양딸이 돼 거처인 돈암장을 드나든 부분, 정판사 위조지폐 사건과 관련해 '이승만은 친일파 돈을 마음대로 쓰는데 우리가 위조지폐 만든 것이 무엇이 죄냐'라는 대사가 나온 장면 등에 대해 '날조된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서울 1945'는 이념이 아니라 멜로가 중심인 드라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성주 KBS 책임프로듀서(CP)는 "시대배경만 당시로 했을 뿐이지 본격적인 정치드라마나 친일파를 해부하는 작품이 아니다"라며 "역사적 사건의 경우도 최대한 있는 사실을 그대로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역사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후손들은 선조의 결점이 전혀 없기를 바라는 것 같다"면서 "다만 앞으로는 후손들이 볼 때 부정적일 수 있는 장면은 가능하면 내보내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시대극이 다룬 역사적 사실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히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거의 예외 없이 후손 등으로부터 문제 제기를 당했다.


김두한의 일대기를 다룬 SBS '야인시대'의 경우, 임화수(본명 권중각) 씨 유족이 "사실과 다른 설정으로 고인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드라마 작가와 방송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냈다가 작년 서울고법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최무룡 씨의 아들인 배우 최민수는 부친의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야인시대' 제작진을 상대로 법정 소송을 벌인 끝에 재판부의 조정안을 받아들인 바 있다.

최근에는 5공 인사들이 MBC '제5공화국'과 관련해 MBC에 대해 대본 수정과 정정을 요구한 바 있으며 박철언 전 의원은 제작진을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박철언 전 의원의 고소 건과 관련해서는 5월 서울중앙지검이 연출자와 작가를 벌금 1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근현대사가 아닌 조선시대 등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도 이 같은 논란의 도마 위에 종종 오르내렸다.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MBC '주몽'을 포함한 KBS '이순신', MBC '허준' 등이 사실(史實) 왜곡 논란에 시달린 바 있다.

이 같은 논란 뿐 아니라 화제가 되는 드라마의 경우 의상이나 가옥, 풍물 등이 전혀 당시와 어울린다는 지적이 단골로 나오고 있는 실정.

이런 현상에 대해 방송가에서는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 줄 것'을 요구한다. 방송사의 한 간부는 "픽션(허구)을 다룬 드라마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이 조금 관대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정통 역사드라마가 아닐 경우 역사적 사실은 단순히 극적 전개를 위한 모티브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방송사가 현대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만들 때는 더욱 조심스러운 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한다. 드라마 외주제작사의 한 간부는 "아직도 정파적으로 드라마를 여론몰이에 이용하려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현대사를 다룰 때는 현실 정치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대사 드라마를 만들 때는 유족들이 살아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이해 관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제작 전에 미리 관련 유족들로부터 드라마화에 대한 동의를 받는 게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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