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가 간다'식 응원석 중계에 시청자 비난
2006 독일 월드컵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방송사들의 월드컵 '올인'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거의 모든 경기를 지상파방송 3사가 동시 중계하고 있는 것으로 모자라 각 오락프로그램까지 한꺼번에 월드컵 '현장 중계'를 내보내기에 이르렀다. 19일 오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이경규가 간다'와 KBS 2TV '해피선데이'의 '날아라 슛돌이', SBS '일요일이 좋다'의 'X맨' 등 각사의 간판 오락프로그램은 일제히 13일 열린 한국-토고전 풍경을 소개했다. 이날 방송 결과를 보면 원조인 '이경규가 간다'의 승리로 돌아갔다. 2002 월드컵을 통해 히트작으로 자리잡은 '이경규가 간다'는 이날 한국-독일-토고를 3원으로 연결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한 네티즌(ABC373)은 "같은 시간대의 방송 3사의 예능프로그램이 모두 월드컵 관련 방송을 했지만 역시 관록이 넘치는 MBC가 가장 재미있게 토고전의 숨겨진 이야기를 전해줘서 궁금증도 풀고 즐거움도 누렸다"고 '이경규가 간다'를 칭찬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지난 월드컵에서 '이경규가 간다'가 인기를 모으면서 이번 월드컵에서 이처럼 비슷한 코너들이 쏟아진 것에 대해서는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시청자 남영란(FORHOYOUNG) 씨는 "올해는 각 방송사마다 연예인들이 독일 가서 응원하는 모습들을 내보내고 있다"면서 "응원하는 모습이나 벤치와 선수들의 모습, 그리고 MVP 선정까지 '이경규가 간다'를 비슷하게 흉내내고 있는 듯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X맨'은 연예인들이 토고 선수들의 실수를 부각시키는 등 경기를 지나치게 오락적인 시각으로 바라봐 비난을 받았다. 한 네티즌(what169)은 "한 나라의 대표로 어렵게 사상 처음 월드컵에 출전해 경기하는 토고 선수들을 비하하는 것 같았고 선수들을 웃음거리로 전락시킨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월드컵 특집이라지만 차별화되고 신선한 웃음을 주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한편 '이경규가 간다'는 VJ 찰스가 토고에서 아데바요르의 형을 인터뷰하고 토고 주민을 위해 TV를 설치하는 등 차별화를 꾀해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일부 시청자들은 이 역시 '너무 지나친 게 아니냐'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한 네티즌(WHFFLRHTYD)은 "패널이 토고로 직접 날아가 현지 모습을 전해주는 차별성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느낌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 세 코너는 같은 시간대에 방송돼 네티즌들의 더 많은 질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올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타사나 기존 프로그램을 답습한 듯한 '아류작'들은 결국 오락프로그램의 '상상력 빈곤'을 노출하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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