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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4 17:10 수정 : 2005.02.24 17:10

정밀한 선묘 돋보이는 명품들

나무판에 문양을 새겨 찍는 목판화가 명품 문화유산이란 사실은 낯설다.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인쇄본, 최초의 금속활자를 찍은 인쇄문화가 목판화에서도 드높은 예술적 격조를 낳았건만 식민지시대 그 전통은 잊혀졌다. 하지만 화엄사 석탑 안에서 나온 1300년 전 통일신라 목판화를 비롯해 새김선의 정교한 멋이 우러나는 고려·조선시대의 불교, 유교 교훈도 등은 지금도 그 찬란한 전통을 묵묵히 증언한다.

잊혀졌던 옛 목판화들이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 1층에 모였다. ‘동북아 3국 현대목판화’전의 특별전 ‘한국의 고판화전’은 고려와 조선, 근대기 목판화들을 공들여 집대성한 최초의 기획전. 옛 목판화는 백성들에게 경전내용을 풀어 설명하는 교화용으로 두루 쓰였는데, 중국·일본처럼 화려한 다색을 쓰거나 장사 용도로 흐르지 않고, 정밀한 선묘의 단색화만 고집한 것이 특징이었다.

그 백미는 고려시대 불교 교리 해설도인 변상도와 조선후기의 교훈도·실용도다. ‘대방광불화엄경 변상도’와 ‘묘법연화경’ 등의 고려 변상도들은 투박하지만 정성어린 선묘가 엿보이며 조선 정조 때 판화들은 예술성, 기법 면에서 전통 판화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명품들이다. <오륜행실도><원행을묘정리의궤> 같은 교훈도, 행사도의 무르익은 구도와 정교한 필선, 미묘한 농담은 동시대 중국, 일본 판화에 없는 소중한 아름다움이다. <오륜행실도>에 대가 김홍도의 그림풍이 보이는 것도 흥미롭다.

이밖에 편지지 등에 찍은 문양판화(시전지판), 호랑이부적(사진), 민화목판, 교과서 삽화 등도 보인다. 2, 3층은 한·중·일 현대 판화가 20명의 본전시장. 전통판화의 계승과 재해석에 골몰해온 홍선웅, 김준권, 류연복, 임영재, 김상구씨 등의 작업들과 사실성·선동성 강한 중국 리얼리즘 목판화, 화려한 색감의 일본 목판화들이 내걸렸다. 4월3일까지. (02)2020-2055.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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