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25 17:49
수정 : 2006.06.25 17:49
MBC, 29~30일 재앙 경고하는 BBC 다큐 2편 방송
월드컵 열기에 묻혀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진지한 조명은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다. 때마침 문화방송은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영국 비비시 프로그램 〈파노라마〉에서 만든 자유무역에 대한 다큐멘터리 두 편을 29·30일 오전 11시에 내보낸다. 그나마 직장인 등이 볼 수 없는 시간대에 자리 잡아 아쉬움을 남긴다. 1953년 11월부터 방송된 〈파노라마〉는 비비시의 대표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다. 자유무역 아래에서 이론대로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을까? 프로그램은 골치 아픈 문제를 재미있게 포장해 질문한다. 〈파노라마〉의 스티브 브래드쇼 기자는 ‘세상에서 가장 불공정하게 거래되는 재료’를 찾아 제3세계 농민·노동자를 만나고 실정을 듣는다. 이후 이 재료를 영국으로 사와 옷과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1편 ‘농업과 자유무역’의 주재료는 베트남의 메기, 아이티의 쌀, 가나의 토마토, 케냐의 사탕수수 등이다. 2002년부터 베트남 메기가 미국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다. 미국의 메기 양식업자들은 값이 떨어지고 수익이 줄자 국회에 압력을 넣었다. 결국 미국산 메기에는 영어로 메기라고 쓸 수 있지만 베트남 메기엔 베트남어로 ‘바사’라고 표기해야 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바사’가 뭔지 모르기 때문에 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티의 쌀은 자국에서도 찬밥 신세다. 정부 보조금을 받는 미국 농민들은 싼 쌀을 내놓지만 아이티 농민들에겐 그런 보조가 없기 때문이다. 가나의 토마토도 이탈리아산 토마토 가공식품 앞에선 맥을 못 춘다. 케냐의 사탕수수도 유럽의 가공식품에 자리를 내줬다. 진지한 다큐멘터리의 시선에 이 재료로 요리를 만드는 재미를 얹었다.
2편의 주제는 ‘섬유산업’이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근처에 있는 나라 말리의 농민들은 솜의 원료인 원면을 재배해 수출하지만 쉽사리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원면은 싼데 수입해 오는 유럽산 옷은 비싸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적자만 불어난다. 게다가 이 지역의 전통 옷감인 쪽빛 무명은 유럽 옷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이밖에 브래드쇼는 캄보디아, 우간다, 남아메리카 안데스 지역 등을 돌며 왜 이 지역 섬유산업이 무너지고 있는지 추적했다. 하루 일당이 1달러가 안 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카메라가 잡았다. 이어 이곳 옷감으로 런던 의상학교 학생들이 패션쇼를 연다. 이 프로그램의 주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명료하다. 자유무역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겐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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