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6.29 19:34 수정 : 2006.06.29 19:34

이모현 피디가 맡아…“방송도 여성 많이 뽑아야 새 바람”

진중한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여성에게 맡기는 건 여전히 ‘새롭고 특별한’ 시도다. 2002년에 한국방송 〈추적 60분〉 진행을 김민전 경희대 교수가 맡은 적이 있고, 〈역사 스페셜〉을 배우 고두심이 이끌며, 문화방송 〈더블유〉가 최윤영 아나운서를 내세우긴 했지만 말이다. 전체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놓고 보면 이들의 존재는 ‘새발의 피’다. 문화방송의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인 〈피디수첩〉이 방송을 시작한 지 16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피디를 진행자로 내세워 아직은 미약한 변화의 흐름에 힘을 실었다.

진행자 바꾸는 게 뭐가 그리 특별한가? 7월18일부터 〈피디수첩〉의 얼굴이 될 이모현(39·사진) 피디는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남자들이 맡아온 현상은 프로그램에 반영된 가부장주의”라며 “진행자를 여성으로 바꾸는 게 큰일이 아닌 것 같아도 금기를 깬다는 점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피디는 진행뿐 아니라, 다른 피디 7명과 돌아가며 연출도 한다.

묵직한 주제엔 남성의 목소리가 어울린다는 편견뿐만 아니라 인력 구조 자체가 시사 프로그램에서 여성 진행자가 나오는 데 걸림돌이 됐다. “여성 인력이 너무 적죠. 피디만 봐도 시사교양국 80명 가운데 여성은 10여명이에요. 드라마 쪽은 단 1명이고요. 뭘 맡기고 싶어도 선택 폭이 너무 좁은 거죠. 다행히 최근 여성 비율이 점점 늘고 있어요.”

1991년에 입사한 이 피디는 〈피디수첩〉 〈다큐멘터리 성공시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에서 연출을 했다. 2004년엔 〈사과나무〉에서 내보낸 ‘수동이의 과거를 묻지 마세요’ 편으로 아시아방송연맹 ‘텔레비전 어린이 청소년 부문’ 대상을 받았다. 프로그램 제작이야 베테랑이지만 진행은 처음이니 부담이 만만찮을 듯하다. “〈피디수첩〉의 분위기에 대해 딱딱하고 가르치려 든다는 지적이 있잖아요. 그저 쉽게 풀어 전달하려 해요. 예전에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패러디하기도 했던 그런 어색한 말투야 벗기 어렵겠죠. ‘안티’만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피디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나 부드러움’같은 표현은 쓰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전 섬세하지 않으니 사실이 아니죠.(웃음)” 그보다 개별성을 무시한 채 여성을 한 묶음으로 보는 시각이 마뜩잖기 때문이란다. “스태프들이 90% 남성으로 이뤄져 있잖아요. 남성 피디가 예민하게 굴면 ‘저 피디는 그런가 보다’ 하지만 여성 피디가 그러면 ‘여성이라 피곤하다’고 했죠. 그러니 때로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확 트인 척하기도 했어요.” 해결 방법은? “여성을 많이 뽑는 수밖에 없죠. 양적인 변화가 있어야 질적인 변화도 기대할 수 있겠죠.”

글·사진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