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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05 20:24 수정 : 2006.07.06 02:00

■ 국제페스티벌 ‘감독회고전’ 주인공 존 알퍼트

10~16일 다큐멘터리 83편을 하루 15시간씩 내보내는 교육방송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EIDF)에선 이번에 특별히 감독회고전을 마련했다. 주인공은 존 알퍼트(57) 감독이다. 카스트로부터 사담 후세인, 카다피 등도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등 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이 감독과는 인터뷰했다. 알퍼트는 1972년 뉴욕 브루클린에 비영리 미디어센터 ‘디시티브이’를 세워 돈 적게 쓰되 파장 큰 작품을 만들어왔다. 〈미국의 노숙자〉 등으로 에미상을 12번이나 받았다.


위험해서 생명보험 많이 들었지…

이번 회고전에서 소개될 작품은 〈의료보장제도: 돈과 생명의 거래〉(1977년·10일 오후 1시40분 방송) 〈하드메탈 증후군〉(1988년·11일 오후 1시40분 방송) 〈파파〉(2001년작·12일 오후 1시40분 방송·저녁 7시30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트홀 상영) 〈라스트 카우보이〉(2005년작·13일 오후 1시40분 방송)다. 12일 오후 1시 서울 도곡동 이비에스 스페이스에서 그가 ‘디시티브이의 35년 역사: 민중적 다큐멘터리 제작론’이란 주제로 강의도 한다. 현재 러시아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는 알퍼트를 전자우편으로 인터뷰했다.

알퍼트 감독이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이렇다. “충분히 대상에 접근할 것. 시간을 들일 것. 뉴스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좋은 내용을 놓치기 쉽지만 다큐는 그렇지 않다. 세번째는 열정이다.”


현장 누비며 후세인 등과 인터뷰,“위험해도 좋은 작품 만든다면…”
뉴욕서 운영하는 지역미디어센터, 매년 주민 5천명 ‘공짜’ 이용

킹 카운티 시립병원엔 약과 장비가 부족해 사람이 죽어나간다. 사립병원 다운스테이트 의료센터는 가난한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의료보장제도…〉는 거칠게 이 광경을 잡아낸다. 〈하드메탈 증후군〉은 발레아니트라는 회사에서 일하다 코발트 흡입으로 폐가 망가진 노동자들의 고통을 4년 동안 좇아 담았다. 두 작품엔 모두 내레이션이나 음악은 없다. 카메라는 거리를 유지한다. “현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방법은 설명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다. 게다가 음악을 쓰려면 돈이 많이 든다. 거의 혼자 작업하기 때문에 가까이 당겨 찍으면 활동 폭이 좁아져 촬영이 어렵다.”

이런 제작 방식은 퇴행성 신경 질환으로 고생하던 아버지의 마지막 날들을 담은 〈파파〉에도 이어진다. 부부싸움을 벌이며 젊은 물리치료사에게 한눈도 파는 아버지의 일상을 그리는데 어떤 장식도 없다. 1980년부터 2003년까지 24년 동안 한 카우보이의 삶을 따라간 〈라스트 카우보이〉도 마찬가지다. 그 진득함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늙어감에 대해 음미해 보고 싶었다. 아버지가 받는 치료 과정을 보기가 힘들었다. 보통 사람들의 용기, 삶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을 좋아한다.”

그는 “비현실적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다큐멘터리가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지역미디어센터 ‘디시티브이’는 자체 프로그램 제작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 다큐를 찍는 방법을 알려주고 장비를 빌려줘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담아내도록 도왔다. 매년 어른 3천명, 청소년 2천명이 이 ‘비디오 워크숍’을 공짜로 또는 싸게 이용했다. “미국에서 지역 공동체는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더욱 디시티브이는 의미가 있다. 우리도 작품을 팔 시장이 없어 문 닫을 위기를 맞기도 했다. 새로운 프로그래머가 시장을 개척한 덕에 살아남았다. 지금은 정부나 재단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비용의 50%를 메운다. 나머지는 작품 배급 등으로 보충한다.”

그에겐 다큐멘터리의 힘을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 “〈의료보장제도…〉 방영 뒤 정부가 나서 시립병원 환경을 개선했다. 큰 승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촬영에 협조한 간호사가 고소당하고 배급로도 막혀 그 뒤 15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하기 어려웠다. 〈하드메탈…〉 등이 방영된 뒤에도 정작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은 다 빠져나가고 힘없는 말단 직원들이 다치는 걸 봐야 했다.”

그래도 지치지 않고 위험을 무릅쓴다.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면야…. 생명보험도 많이 들어놨다. 수혜자는 내 가족과 ‘디시티브이’다. 그러면 빚도 갚을 수 있겠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교육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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