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19 18:34
수정 : 2006.07.19 18:34
KBS1 TV ‘걸어서 세계 속으로’ 담담하게 도시풍경 담아내
한국방송 1텔레비전 〈걸어서 세계 속으로〉(토 오전 10시)는 정보와 함께 여행자의 감상을 전한다. 그래서 배낭 메고 한 도시를 직접 돌아다니는 듯한 설렘을 남긴다. 피디 한명이 6㎜ 에이치디 카메라로 찍고 내레이션을 쓰며 편집한 까닭에 화려한 맛은 없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재미를 준다.
내레이션의 주어는 ‘나’다. 보고 느낀 점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중국 자금성을 방문한 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해 나는 왠지 허전했다”고 말하는 식이다. 황후가 머물던 화려한 여름 궁전 앞에선 이를 짓느라 허리가 굽었을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드러낸다. 유적뿐 아니라 주민들과의 교감도 살아 있다. 스리랑카 편에선 지진해일 여파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어부들과도 짧은 이야기를 나눈다. 내레이션의 목소리는 담담하고 평범하다. 전문 성우 같은 매끄러움이 없어 시청자들은 피디가 직접 독백하는 걸로 오해하기도 한다. 배우 김규철, 박광정에 이어 김중기가 맡고 있다. 강성철 팀장은 “시청자에게 친근하게 접근하기 위해 알려지지 않은 목소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걸어서…〉는 피디 6명이 한달 보름 정도 간격으로 돌아가며 한 편씩 만든다. 한 편 제작 기간은 보통 10~12일이다. 강 팀장은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를 골라 여행정보지에선 볼 수 없는 것들을 담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거리를 걷다 마주칠 소소한 궁금증에 관심을 기울인다. 22일 방송될 노르웨이 베르겐 편(사진)에서 제작진은 공원에서 만난 아이들이 모두 노란 형광색 옷을 입고 다는 걸 보고 이유를 물어본다. 답은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서다.
각 도시의 주요 볼거리와 역사가 프로그램의 뼈대를 이룬다. 여기에 그곳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살을 붙인다. 둘을 버무리다 보니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시청자는 게시판에 “그곳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사는지는 단편적으로밖에 보여주지 못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특히 중국 베이징처럼 비교적 알려진 도시를 소개할 때는 정보의 양이나 질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걸어서…〉에서 내보낸 35편 가운데 13편은 유럽, 13편은 아시아를 다루고 있다. 강 팀장은 “6대주를 골고루 다루려 하지만 피디 혼자 취재해야 하기 때문에 오지 등은 다루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 시청자는 게시판에 “동아프리카, 중미, 태평양의 갈라파고스 제도 등 다양한 세계인의 모습을 담아 달라”고 썼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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