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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4 15:53 수정 : 2006.07.24 15:53

호리 프로덕션과 계약 맺고 일본 진출
후배들에게 "개그맨도 공부해야 한다" 조언

'의지의 한국인이다.'

다이어트 댄스 비디오를 내는 것도, 음반을 발매하는 것도, 일본에 진출하는 것도 그 누구하나 찬성하지 않았다. 승산이 없다며 남편(김현기)조차 말렸으니. 그러나 개그우먼 조혜련(36)은 혼자 힘으로 모든 걸 해냈다. 다이어트 댄스 비디오의 성공으로 태보다이어트 비디오를 냈고, 최근 디지털 싱글인 2집 '가라'를 발표했다.

지금 그를 주목하는 건 방송 3사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4월 일본 호리프로덕션과 계약을 맺고 일본에 진출했다는 점이다. 배우나 가수가 아닌, 개그우먼으로선 무척 이례적인 행보다.

◇"처음엔 일본서 퇴짜 맞았죠"

"제가 일본에 진출하겠다고 하자 한 언론이 '조혜련은 안된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어요. 오기가 생겼죠. 불가능이란 길이 주어지면 더욱 재미가 나거든요."

지난해 2월 어느 날 조혜련은 일본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에게 '러브 콜'을 보낸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친한 윤손하에게 소속사인 호리프로덕션 관계자와 만나게 해줄 것을 요청했다. 통역을 대동하고 일본으로 날아가 호리프로덕션과 만났으나 "코미디의 생명은 언어이니 일본어를 배우고 와서 얘기하라"는 면박을 들었다.


지난해 6월 종로 거리를 걷던 그는 한 어학원 간판을 본 후 전화를 걸었다. 일본어 선생을 소개받아 시간당 5만원씩을 주고 매일 오전 7시30분부터 3시간씩 경기도 일산 집에서 6개월간 개인 레슨을 받았다. 1월 초 다시 일본으로 건너갔다. 당연히 통역은 없었다.

그의 일취월장에 감탄한 호리프로덕션은 바로 프로그램에 그를 투입시켰다. 일본 인기 개그팀 운짱난짱이 진행하는 TBS '퀴즈 일본어왕'에 출연해 그는 8문제를 맞추며 합격점을 받았다. 또 여성 세 명이 진행하는 간사이TV의 아침 토크쇼의 한국 로케이션 촬영에서 윤손하와 함께 출연해 프로그램이 생긴 이래 6위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는 프로그램 전 스태프에게 일본인이 좋아하는 김을 선물, '매너 좋고 성격 좋다'는 평까지 들었다. 이에 4월 호리프로덕션과 자력으로 계약을 성사시켰다.

◇"일본 시청자에 제 개그가 먹히더군요"

조혜련은 일본서 서서히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16일엔 일요일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TBS 뉴스 프로그램인 '선데이 재팬'에 출연했다.

"음주운전에 걸린 일본 연예인이 보도되면 '한국에선 어떻게 되나'라고 물어요. '한 2년은 쉬어야 한다'고 얘기했더니 폭소가 터지더군요. 말하다 실수가 생기면 '난 외국인이야'라고 솔직하게 말합니다."(웃음)

조혜련이 짧게 경험한 일본 개그계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방송 중 혀끝을 차거나 '고지키(거지)'라는 표현을 쓰면 안된단다.

"일본은 쇼프로그램이 많고 코미디의 수준도 세계적입니다. 일본도 개그우먼이 많지만 나라 특성상 여성들이 소극적이더군요. 전 애 둘(6살 딸, 4살 아들) 낳은 아줌마지만 댄스도 하고 파워가 넘치잖아요. 제가 설 틈새가 있더군요. 한류 스타들이 일본 아줌마들에게 삶의 희망이 돼주었듯이, 전 멋진 사람은 아니지만 한국 아줌마의 힘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는 24~26일 일본에 머문다. MBC '!느낌표'의 '위대한 유산 74434' 코너에 출연중인 그는 김시민 장군의 공신교서를 일본의 고서점상으로부터 매입하기 위해 방문한다. 그는 이번 체류 때 일본 유명 개그우먼인 하사모토 마사미 씨와 일본 유명 방송 프로그램 PD 8명을 차례로 만나기로 했다. 이번에도 선물용 김 보따리만 한 짐이다.

"전 대우 안 받아도 돼요. 자신감이 중요하죠. 1992년 데뷔해 14년간 국내서 활동했어요. 애드리브가 안된다고 잘리고, 쇼프로그램에 안 맞다고 콩트를 한 적도 있어요.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일본서 방송할 때 전혀 안 떨려요. 한일의 웃음 코드가 비슷하거든요. 언어만 다를 뿐이죠. 일본서 꾸준히 활동할 것이고 일본어 공부에도 계속 매진할 겁니다."

◇"개그생활 14년 몸 아끼지 않아요"

그렇다고 조혜련의 국내 활동이 부진한 것도 아니다. 동료들은 그의 스태미너를 따라갈 수 없다고 혀를 내두른다. 그의 한주 스케줄을 대략 짚어봤다.

오전에 일본어 공부 세 시간, 운동 한 시간, 일본 TV 인기 프로그램 '와랏데 이이토모(웃어서 좋은 친구)' '스마프X스마프(SMAPXSMAP)' 등을 모니터한다.

오후엔 하루도 빠짐없이 방송 녹화다. '!느낌표'(월), '일요스타워즈 전화받으세요'(화),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수), '강력추천 토요일'(목), 'MC 대격돌 여걸식스'(토) 등 쉬는 날이 없다. 디지털 싱글 '가라' 홍보를 위해 '쇼! 음악중심' '뮤직뱅크' '엠!카운트다운' 등 음악 프로그램에도 틈틈이 출연하고, 이 와중에 일본 스케줄도 소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노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박선주 같은 유명 보컬 트레이너로부터 노래, 전문 안무팀으로부터 댄스도 배울 예정이다.

"제가 노래하는 걸 비난하는 분도 있어요. 웃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래하는 겁니다. 일본서도 가수로 활동할 생각인데 외화 획득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웃음)

앞으로 스크린에서 카메오가 아닌, 정극 연기를 하고 싶다는 꿈도 피력한다. 그러면 가족과는 언제 시간을 보낼까.

"4살된 아들이 아침에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으면 '엄마 식사하세요'라고 절 챙겨요. 남편에게 애정 표현은 TV에서 합니다. 'MC 대격돌 여걸식스'에서 제 캐릭터 아시죠? '여보 나 같은 여자랑 살아줘서 고마워'라고 방송용 멘트로 미안함을 표시합니다."(웃음)

14년이나 TV에서 개그를 선보였지만 몸을 아끼지 않는 조혜련. "제가 힘들어하면 사람들이 쉬라고밖에 더 하겠습니까. 촬영 시간만큼은 배 고프고 다리 아파도 모든 걸 인내합니다. 참, 개그계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개그맨도 공부! 해야 합니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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