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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08 10:58 수정 : 2006.08.08 10:58

"'다세포 소녀'는 부끄럽지 않은 네번째 작품"

3월 '까까머리 무용가' 안은미 씨를 인터뷰한 일이 있다. 그는 무대에서 몸으로 영혼을 불사르는 춤꾼이지만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연기를 사랑해온 예술가이기도 하다.

그가 영화 '다세포 소녀'(감독 이재용, 제작 영화세상)에서 무당 역을 맡았다기에 한 걸음에 달려가 그와 영화 얘기를 나눴다. 그는 10년지기 친구 이재용(40) 감독의 권유로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의 원작이 된 동명의 인터넷 만화는 교사와 학생이 자유롭게 성(性)을 즐기는 무(無)쓸모 고교를 배경으로 한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이다. 선생님은 성병으로 조퇴를 하고, 착하고 성실한 여학생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원조교제를 해 가정살림에 보탬이 된다. 이 학교의 대표적인 꽃미남 학생은 예쁘장한 후배 남학생 때문에 가슴앓이 중이다.

"이재용 감독도 알고 보면 재미있다"는 안씨의 말에도 '정사'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 진지한 영화만을 연출해온 이 감독이 키치적 감성의 '다세포 소녀'의 연출자라는 데는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주위 사람들은 제가 이 영화를 했다는 것에 대해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영화 '다세포 소녀'의 감성이 자신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오랫동안 알아온 지인들은 왜 이 영화를 연출했는지 묻지 않는다는 것. 한마디로 '다세포 소녀'는 알고 보면 '이재용표 영화'라는 뜻이다.


그가 이 작품을 연출하게 된 계기는 영화세상 안동규 대표의 권유 때문.

"다른 작품을 준비 중이었는데 계획처럼 잘 풀리지 않았어요. 그때 안 대표가 가벼운 마음으로 이 작품을 연출해 보겠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분도 내가 받아들일지는 몰랐겠죠."

이 감독은 "'다세포 소녀'의 편견과 고정관념, 도덕적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 통쾌함이 좋았다"며 원작에 마음을 빼앗긴 이유를 밝혔다.

"'다세포 소녀'는 소수자ㆍ가난ㆍ노동자 문제 등에 대해 한쪽 편만을 들고 있지는 않습니다. 문제에 대해 거리를 두고 농담을 던지는 영화죠. 금기를 뛰어넘고 선을 벗어난 듯하기도 하지만 그것에 초연한 면도 있어요."

이 감독은 "그런 면에서 사물의 이면과 함께 넘지 못하는 선에 대한 자신의 관심이 영화의 내용과 통한다"고 말했다. 보이는 세계와는 다른 이면을 파헤친 '정사' '스캔들…' 등 전작의 작품세계와 연관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는 자신의 이런 영화세계를 마이너적 성향에서 찾고 있었다.

"중심부에서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대전시에 편입됐지만 대전의 변두리인 유성에서 자랐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주변인 대전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요. 한국은 미국이라는 중심국가와 비교하면 변두리 국가죠. 중심부에 대한 반발인 것 같습니다. 막연한 거리감도 있고요."

이 감독은 "처음부터 덥석 연출을 맡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이런 영화는 정말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작품이 영화화됐을 때의 결과를 유추했을 때 한국 관객에게 쉽지 않겠다는 결론이 나왔죠."

선진국처럼 메이저 말고도 마이너 영화, 즉 아트영화, 컬트 영화 등 다양한 영화를 즐길 만한 관객층이 형성돼 있지 않아 저예산 영화로밖에는 만들 수 없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

"그래도 용기를 낸 것은 재미있는 소재이고 이런 영화에 대한 관객의 저변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서였다"고 그는 고백했다.

좀 더 과격하거나 만듦새가 거침없고 파격적으로 연출하지 않은 이유는 "국내 관객이 그런 문화를 수용할 자세가 덜 돼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 톤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탄생시킨 것이 바로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다세포 소녀'다. "만화책을 넘기듯이 에피소드와 캐릭터의 디테일을 즐기면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감독의 조언.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다세포 소녀'가 음지의 문화를 너무 민망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자신의 네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부끄럽지 않은 영화가 나온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영화는 10일부터 전국 영화상영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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