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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16 18:14 수정 : 2006.08.16 18:14

현대적 재해석 돋보인 SBS ‘아이 삼국유사’ 24일부터 재방송

“범버러범 범버러범~” 노래에 맞춰 동그란 눈을 껌벅이며 호랑이가 춤을 춘다. “할머니의 할머니는 뭘 하고 놀았을까~.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어디서 왔을까~.” 에스비에스 애니메이션 〈아이 삼국유사〉(월~수 오후 4시50분)의 시작이다. 23일 마지막 50편이 나가는 이 애니에미션은 24일부터 월~금 같은 시각에 재방송된다.

편당 10분짜리인 〈아이 삼국유사〉엔 그만한 매력이 있다. 멋진 검술, 전투 장면, 이목구비 또렷한 미인도 없이 심심한데 곳곳에 숨겨둔 유머가 어른도 사로잡는다. 큰 줄거리는 〈삼국유사〉에서 그대로 가져왔지만 현대적인 장치들을 더했다. 강의 신 하백의 딸 유화가 해모수를 만나는 장면. 해모수는 “하늘 궁전에 사는데 저랑 함께 드라이브나 하실까요”라며 유화를 꼬신다. 당나라 장군이 된 장보고는 〈당나라일보〉를 보며 해적들에게 잡힌 신라인들의 억울한 사연을 알게 된다. 박혁거세를 기다리는 옛사람들은 “하늘이시여 임금을 내려주소서” 하더니 슬쩍 “사탕도 보내주소서”라고 빈다. 옆에는 요즘 오락기도 보인다.

그림이나 대사가 설렁설렁하면서도 세심하다. ‘공주가 왕자에게 시집가 행복하게 살았어요’ 따위의 말은 없다. 대신 “임금과 왕비는 함께 나라를 잘 다스렸습니다”라고 설명한다. 곰이 여성으로 변한 웅녀는 환웅보다 덩치가 더 클 뿐만 아니라 가만히 있다가 느닷없이 선택을 받는 수동적인 캐릭터도 아니다. 시나리오를 직접 쓴 권은태 ㈜마루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말 한마디에서라도 여성을 주체적으로 묘사하려 했다”며 “또 상대방을 면박주며 얻는 웃음은 피했다”고 말했다.

“‘우리 민족이 이렇게 대단하다’라는 이야기보다는 조상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았는지에 초점을 맞추려 했어요. 영웅들에게도 인간적인 면모를 부여하고요.”(권은태) 영웅이라고 훤칠하게 잘생기지도 않았다. 가끔 짜증도 부리고 질투도 한다. 그들의 도드라진 면모는 무력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돕는 데서 나온다. 하물며 요괴와 맞서 싸우는 명궁 거타지는 화살을 겨누다가 “이거 맞으면 무척 아플텐데”라며 둥그런 고무를 끼운 막대기(화장실 변기 따위를 뚫는 도구)를 던져 요괴의 입을 막는다.

권 대표는 “디즈니 등 외국 애니메이션의 소재를 따라가서는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한 삼국유사에 눈을 돌리게 됐다”며 “9월 초께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책을, 이후엔 캐릭터 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마루커뮤니케이션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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