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0 21:06
수정 : 2006.08.20 22:46
개그맨, 가수, 리포터까지
파란 눈의 개그맨, 금발의 리포터가 브라운관에 뛰어들었다. 그룹 봉주르, 샘 해밍턴, 율라는 주로 재연 드라마에 한정돼 온 외국방송인의 활동영역을 가수, 개그맨, 엠시로 넓히고 있는 장본인들이다. 모두 우연한 기회에 발을 디딘 뒤, 인기를 얻고 있는 비전문연예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에스비에스 <잘 먹고 살 사는 법>에서 벌써 3년째 전국팔도를 누비며 우리 문화를 체험하고 있는 외국인 삼총사 티에리, 필립(필립은 한국에서 태어나 6세때 프랑스로 입양됐다), 줄리안은 최근 ‘봉주르’라는 그룹을 결성하고 가요계에 진출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 등록된 팬클럽만 10여개. 팔도 유람에서 느낀 점을 노랫말로 엮은 타이틀곡 <어수선하네>는 네티즌을 중심으로 서서히 입소문을 타는 중이다.
호주 출신 샘 해밍턴은 ‘국내 유일의 외국인 개그맨 1호’로 불린다.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2002년 한국이 좋아 아예 눌러앉아 버린 그는 한 개그공연에서 즉석무대에 오른 것이 눈에 띄어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에 고정출연하게 됐다. 코믹 영어뉴스 코너인 ‘월드뉴스’를 거쳐 현재는 엉뚱한 영어통역으로 재미를 주는 ‘인터뷰’에서 로버트 할리, 히딩크 등 유명 외국인의 성대모사로 웃음을 주고 있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외국인 역을 실제 외국인이 맡아 우리말로 농을 건넨다는 점에서 관객들은 환호한다. “한국와 호주의 웃음코드가 달라 어려운 점은 있지만 웃음 제조기가 되기 위해 노력중”이라는 샘은 “이 기회를 빌려 영화, 뮤지컬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다.
한국 피디와 결혼하고, <한뼘 드라마>에 출연해 이목을 끌었던 러시아 출신 모델 율라는 문화방송 <티비완전정복>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좌충우돌 티비답사기, 율라가 간다’를 맡아 지난 5일부터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드라마 제작 현장을 찾아 방송 뒷이야기를 전하는 리포터 겸 체험자로, 외국방송인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코너를 진행하는 건 드문 일이다. 김윤대 피디는 “현장스케치 등 익숙한 아이템도 외국인의 눈으로 보면 달라보일 수 있어 느낌이 새롭다”고 말했다. 실제로 율라가 <주몽> 촬영현장을 찾아 직접 사극분장까지 했던 첫 회는 다시보기 횟수가 갑절로 올랐다.
이처럼 몇년 전만 해도 외국인이 브라운관에 나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지만 재연배우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가수, 개그맨 등 한국 연예인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외국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개그콘서트> 김석현 피디는 “외국인 역할을 실제 외국인이 하면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고, 같은 아이템이라도 그들의 눈으로 보면 달라질 수 있어 신선함도 줄 수 있다”면서 “외국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한국 시청자의 시선 변화도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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