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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3 20:03 수정 : 2005.03.03 20:03

이런 달마 처음이야!

‘저것이 뭣이다냐?’

툭 튀어나온 짱구 이마와 처진 눈두덩, 좁쌀 눈을 한 그림 속 달마 선사가 묻는다. ‘조폭’처럼 우람한 덩치, 심술궂거나 멍한 얼굴, 심지어 한잔 술 걸치고 불콰한 표정까지 짓는 이상한 달마다. 눈길만 줄곧 별과 달, 나비, 촛불 등의 자연·사물을 붙잡고 있을 따름이다.

문인 김지하씨가 20년 가까이 허튼 맘으로 난초도와 함께 그려온 달마도들은 험상궂은 기존 달마도에 만화 같은 파격을 주었다. 17세기 김명국의 저 유명한 <달마도>의 위압적 인상과는 격이 한참 다르고, 소주회사 상표에 등장하는 배불뚝이 화상에 가깝다. 날카로운 결기의 필획 대신 시인 표현대로 ‘붓끝이 동동 말린’ 부드러운 필선을 쓴다. 파란만장한 인생사가 그의 손 끝에서 뜻밖에도 고사리 같은 선과 익살, 어리광으로 풀려나오는 것이다.

서울 관훈동 학고재 화랑에 마련된 ‘지는 꽃 피는 마음, 김지하의 달마’전은 이 육십대 거사의 근작 달마그림들을 난초·매화그림 곁들여 내걸었다. 만화나 일러스트 분위기 짙은 병풍·소품 그림 속 달마들은 세속적 희노애락에 붙들린 우리들 모습이자 최근 들어 더욱 생명과 자연 관조에 집착하는 작가의 마음보 같기도 하다. 달빛 보는 고독한 달마, 눈감고 손들어 청산에 살리라 발심하는 진중한 달마, 허공의 우담바라꽃을 곁눈질하는 코믹한 달마, 그 다기한 표정을 짓는 선묘 실력이 번뜩번뜩한다. 학창시절 달필의 노트글씨로 유명했다는 시인은 매화그림에도 도전했으나 최근 좌절했다고 했다. 난초, 달마도에도 권태가 끼어들었으니 이젠 아예 글씨에만 정진하겠다는 발심이었다. 13일까지. (02)739-4937~8.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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