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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30 20:15 수정 : 2006.08.31 15:34

미국 ‘프리즌 브레이크’가 웃을 일

TV 보는 남자 /

조지 오웰은 빅 브러더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사회를 예언했지만, 나는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맥주 캔과 리모컨을 쥔 우리 ‘스몰 브러더’들은 세상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바람난 커플의 난투극(치터스)과 협찬 의상에 눈이 먼 연예인의 탈의 장면(이경규의 몰래카메라)과 파출소에 뛰어든 취객의 방화 소동(에스비에스 저녁 뉴스)을 골라가며 볼 수 있다. 최악의 흉악범들이 득시글거리는 교도소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캐치온의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교도소는 가장 철저한 통제 시스템의 세계, 그러나 그 설계도를 뒤집으면 가장 짜릿한 탈출의 시나리오를 제공해줄 수 있는 게임의 무대가 된다. 부통령의 동생을 죽인 누명을 쓰고 사형을 선고받은 형의 교도소에 은행 강도를 저지른 동생이 들어온다. 운명의 장난도 이 정도면 도가 지나치다 싶지만, 동생의 온몸에 새겨진 문신의 수수께끼가 하나씩 벗겨지면서 이것이 완벽한 탈옥의 계획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21세기의 가장 순도 높고 정교한 엔터테인먼트는 무엇일까? 지난 세기 소설, 만화와 같은 1인 미디어는 화려한 볼거리는 없어도 탄탄한 구성과 정확한 실증에 있어서는 고예산 미디어를 쉽게 비웃었다. “아무래도 원작의 치밀함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아직도 〈다빈치 코드〉 같은 영화에는 이러한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E.R.〉 〈CSI〉 〈로스트〉 〈24시〉와 같은 압도적인 정밀도의 작품들을 끝없이 토해내고 있는 이 시대의 미국 드라마에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프리즌 브레이크〉는 분명 〈쇼생크 탈출〉처럼 가슴 깊숙한 곳의 휴머니티를 뒤흔들지는 못한다. 그러나 검은 정치 세력, 교도소의 철벽 방어 시스템, 갱들의 암투와 같은 3중 4중의 결박을 풀어가는 퍼즐 풀기의 서스펜스만큼은 탈옥 테마의 정점에 이른다고 여겨진다. 이 모든 것이 현존하는 교도소를 완벽하게 해부하고 재구성한 작가들의 힘이다.

여기에서 잠깐. 그렇다면 〈프리즌 브레이크〉의 현실성은 어떻게 확인할 건가? 물론 제작진은 교도소 탐방도 하고 복역자의 자문도 구했겠지. 하지만 드라마를 위해 끼워 맞춘 건 없을까? 정밀한 드라마들에 연이어 얻어맞으며 더욱 까탈스런 맷집을 얻은 ‘스몰 브러더’들에게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 〈전격 공개! 새크라멘토 교도소〉는 생생한 확인의 기회를 제공한다.

범죄 천국 미국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교도소. 수감자의 70% 이상이 살인, 강간, 마약 등의 흉악범들이고 반 이상이 결국엔 종신형을 살다 죽음으로 직행하는 지옥의 더그아웃. 새크라멘토 교도소는 그야말로 〈프리즌 브레이크〉의 무대. 드라마에 그려지는 교도소 안의 야만적인 상황은 절대 픽션을 위해 과장된 것이 아니다. 수감자의 40%는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고, 샤워실에 들어갔다 벌거벗은 주검으로 발견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교도소는 리얼하다. 그러나 그 안에서 탈주의 게임을 즐기려 하는 사실 자체는 순수한 소년의 몽상으로 여겨진다.

이명석/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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