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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20 21:06 수정 : 2006.09.20 21:06

원작보다 31부 늘려…“90년대까지 아우르면서 달라질 것”

1986~87년 방송 시간이 되면 거리가 한산해졌다는 전설적인 드라마 〈사랑과 야망〉(극본 김수현, 연출 곽영범)의 리메이크작은 힘을 못쓰는 듯했다. 지난 2월 시청률 12%에서 시작했다. 그러더니 꾸준히 시청률을 밀어올려 지난 17일(65부)엔 26.3%(티엔에스 미디어 조사)를 보였다. 힘을 받아 50부작 기획이 81부작으로 늘어 오는 11월 종영한다.

고무줄 편성이라 욕할 수만은 없는 게 극중 캐릭터의 힘이 강해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수현 작가가 치밀하게 짠 인물의 성격 안엔 그들의 운명이 들어 있다. 갈등의 큰 축을 이루는 미자(한고은)와 태준(조민기)의 애증관계만 봐도 그렇다. 딸이라는 이유로 부모에게 학대당한 미자는 자아 존중감이 부족하다. 끊임없이 남의 인정과 애정을 구걸한다. 그는 자기 학대와 인정 욕구를 바퀴 삼아 달리는 욕망의 전차다. 미자와 달리 이성의 결정체인 태준도 방앗간집 장남이라는 콤플렉스를 평생 지고 간다. 그에게 세상은 언제나 자신을 짓밟으려 달려드는 전쟁터다. 서로 극과 극인 듯하지만 미자와 태준은 빼닮았고 이들의 이야기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극이다. 그래서 태준은 미자에게 고백한다. “아마 죽을 때까지 널 사랑할 거다. 너는 나니까.” 인간에 대한 치밀한 관찰은 시대를 넘어 보편성을 얻는다.

65부까지는 옛 줄거리의 틀 안에 있었다. 앞으로는 새 이야기가 보태질 예정이다. 원작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까지 다뤘지만 리메이크작은 1990년대까지 아우른다. 배우들은 특수분장을 하고 노년을 연기하게 된다. 원작은 승진한 태준을 미자가 비꼬자 둘이 부부 싸움을 벌이며 끝났다. 곽영범 피디는 “결론이 달라질 것”이라고만 말했다.

물론 리메이크작 〈사랑과 야망〉의 한계도 또렷하다. 더 이상 국민드라마는 아니다. 시청자의 58.5%가 40대 이상이다. 곽 피디는“지상파밖에 없던 때와는 시청 패턴도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가부장적인 메시지는 요즘 입맛엔 껄끄럽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니 여성의 미덕은 희생이다. 태수의 두번째 부인 은환(이민영)과 태준·태수의 여동생인 선희(이유리)가 이를 보여준다. 싫건 좋건 김 작가의 치밀한 관찰력은 그의 세계관에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마저 매혹하는 힘을 발휘한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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