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방송중
방송에서 신인 가수들이 실력을 펼칠 수 있는 무대는 별로 없다. 하지만 오직 신인들로만 꾸려지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대학가요제다. 올해 대학가요제는 좀 특이했다. 수상자에 대한 관심보다는 상을 받지 못한 ‘뮤즈 그레인’이 검색어 1위까지 오르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심사 결과에 대해 누리꾼들은 주최측을 맹공격했다. 샌드페블즈, 이선희, 유열, 신해철 등 가요제에서 수상한 신인 가수들이 하루아침에 벼락 스타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의 수상곡은 곧 젊은층의 필청곡이었다. 어떤 노래들은 아직까지도 살아남은 명곡이 됐다. 그들이, 그 노래들이 대중들에게 파고들 수 있던 힘은 경쟁에서 나왔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가수들이 상을 놓고 벌이는 승부. 이게 대학 가요제의 인기 비결이었다. 언제나 대중은 승부에 열광하는 법이니까. 단, 조건이 있다. 보는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기준은 바로 신선함, 혹은 세련됨이었다. 그건 정확하게 우리가 신인에게 바라는 미덕이기도 하다. 트렌드에 영합하는 노래가 아니라 트렌드를 만들어나가는 노래를 원했고, 그런 노래들이 곧 상을 받고 인기를 끌었다. 대중이 주목한 ‘뮤즈 그레인’의 장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댄스와 아르앤비 발라드가 난무하는 최근 가요계에선 볼 수 없는 재즈적 사운드 말이다. 하지만 이번 심사 결과를 보면 그런 미덕보다는 방송 적합성이 더 중시된 듯하다. 대상을 차지한 ‘제이제이엠피(JJMP)’의 ‘21살 이야기’는 지금 가요계의 트렌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른 수상곡들도 마찬가지다. 신선하기보다는 익숙하다. 시청자들이 분노한 까닭은 단지 ‘뮤즈 그레인’이 수상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대학가요제가 그들의 신선함을 외면했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대학가요제는 창작곡 경연대회다. 그것도 신인들이 벌이는 진검승부의 장이다. 신인들의 잔치에 이미 방송에서 실컷 들었던 스타일의 노래만 상을 받는다면, 대학가요제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심사위원장인 이수만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이사도 데뷔 초기에는 ‘이수만과 365일’이라는 그룹을 이끌며 누구보다 실험적인 사운드를 선보이지 않았던가. 방송의 의무는 단지 인기있는 노래들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신인들을 발굴하고 알려지지 않은 음악을 소개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대학가요제에 기대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음악성이다. 출연자들의 외모가 더 화제가 되는 기존 가요 프로그램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대학가요제에 대해 우리가 기대하는 것을 방증하는 논란이었다. 한가지 더, 대학생으로 한정되어 있는 가요제의 문호를 더욱 넓힌다면 좀더 많은 대중들에게 신선한 음악을 공급할 수 있는 활로도 넓어질 것이다. 대학가요제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초심을 되찾으면 된다. 좀더 다양하고 참신한 경쟁이 되돌아온 초심의 뒤를 따르리라.김작가/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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