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10.25 18:38 수정 : 2006.10.26 09:35

지금은 방송중

그 덕에 프로그램 쑥쑥 큰다면야

조연출 시절까지 셈하면 한국방송 〈개그콘서트〉를 만든 지 6년째,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을 읽는 건 여전히 괴롭다. 요구도 참 많다. 심지어 시청자끼리 자기가 옳다 싸우기까지 한다.

기호도 지식도 연륜도 각기 다른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동질적인 웃음을 끌어내려 개그맨, 작가 스태프들은 매주 기를 쓴다. 프로그램의 지향점을 제시하며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피디야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꼭지, 소녀 팬들을 끌어들일 만한 꼭지, 중의적 표현을 써서 언어 유희를 풀어놓는 꼭지 등 다양한 반찬을 준비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입맛에 꼭 들어맞는 음식이 별로 없다며 늘 투정이다.

〈개그콘서트〉가 이번 주로 365회 녹화에 들어간다. 1999년 첫 방송이 나갔으니 정확히 7년을 맞는 셈이다. 새로운 시도와 유행을 만들어보겠다고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초등학생이 대학생으로 자란 세월 동안 한국 코미디의 지형도를 공개 콘서트형 한가지 색깔로 바꿔버린 괴물이자 코미디의 대명사로 성장했다. 공개 콘서트형이 대세를 이룬다는 건 다시 말해 그만큼 개그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줄어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 고전이 되어버렸기에 〈개콘〉도 이제 새로운 유행만을 추구하는 청소년 프로그램으로 남을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이제 〈개콘〉과 다른 형식도 필요하다는 말은 무성했다. 현재 방송 코미디판의 획일성에 도전할 만한 프로그램이 나와줘야 했다. 그런 취지로 나를 비롯해 피디와 작가들이 기획중인 〈엔돌핀〉(가제)이 가을 개편에 맞춰 선보일 예정이다.

공개 무대에서 다루기 힘든 정치 풍자와 드라마 형식으로 만든 콩트, 그리고 미세한 감정과 시선 연출이 가능한 야외 코미디물 등을 넣어볼 참이다. 시공간을 연극적 지평에서 영화적 지평으로 넓힌 코미디의 그림도 그리고 있다.

이런 흐름에 이번 개편에서 부활할 〈폭소클럽〉도 가세할 태세니 고급 스탠딩 풍자 코미디를 좋아하는 시청자에겐 희소식일 수 있겠다.

물론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형식이 오래된 것이며 이미 실패한 적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형식보단 내용이 중요하다 믿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게다가 특히 연기에 빼어난 코미디언들이 뒷받침해줄 것이다.


〈엔돌핀〉과 〈폭소클럽〉이 자리를 잡고 중·장년층에게 통쾌한 웃음을 줄 수 있다면 〈개그콘서트〉는 청소년을 겨냥한 트렌드를 강화해 나가며 프로그램별로 역할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방송이 시작되면 시청자들은 역시 ‘무자비한 요구’를 해댈 것이며 이 때문에 내 뒷목은 더 뻣뻣해질 터다. 하지만 그 요구 덕에 프로그램은 건강하게 자랄 것이다. 웃고 즐기는 사람이 많다면야 우리 코미디쟁이(?)들이야 뭐 더 바랄 것이 있으랴?

김석현/〈개그콘서트〉 피디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